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듣고 부르는 음악은 대개 서양음악 가운데 장·단조 음계로 쓰여진 음악이 대부분이다. 요즈음의 어린아이들에게도 그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뽀뽀뽀, 학교종이 땡땡땡, 엄마 앞에서 짝자꿍… 이 모두가 서양음악사 가운데 특정한 시기에 발달했던 음계에 의한 음악인 것이다. (장·단조 음악은 서양 음악사 가운데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 시기에 쓰인 음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 감수성이라는 것은 오로지 장조 아니면 단조 선율에 의한 것만을 받아들이는 구조로 되어 버렸고, 또 그러한 음악이 아니면 별 관심을 두려 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건강을 잘 지켜 나가기 위하여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하여야 하듯이 음악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떤 특정한 음악만 먹인 아이에게 음악편식증이 나타남은 당연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인간적이고 미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예술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지향점으로 달려나가기 위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결국 음악교육의 폭을 넓혀야 하며 영역간의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장조·단조 음악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평조·계면조로 쓰여진 음악, 또 중국음악, 인도음악, 아프리카 음악, 째즈, 현대음악, 중세의 그레고리안 성가, 대중음악 등 여러나라의 여러 민족, 여러 쟝르의 음악을 골고루 섭취하게 도와주어 폭넓은 음악감수성 계발과 이를 통하여 국제이해의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폭을 넓혀 주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영양소 가운데 칼로리는 낮지만 우리의 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칼로리는 높으나 때로는 해가 되는 성분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그 나름의 몫을 해 나가고 있다. 어떠한 음악이 어떠한 영양소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편식 때문에 일어나는 영양실조는 막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학교의 음악실에서 좋은 대중가요가 흘러나온 다든지, 아프리카 흑인들의 격렬한 리듬의 토속적 음악이 자연스러이 흘러나오는 것은 또 어떤가.
이 지구촌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음악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부여했을 때 비로소 음악편식증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또 더 넓게는 음악편식증 해소를 통하여 이 지구촌의 인종간의 갈등, 민족간의 갈등의 농도도 더 엷어지고 해소되는 단계로까지 발전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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