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0번째 회칙 「진리의 광채」를 반포했다. 통상 전 세계교회에 대해 교황이 발표하는 공식적 사목교서를 의미하는 회칙은 주로 교리적이거나 도덕적, 혹은 규율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진리의 광채」는 바로 현대사회의 절실한 요청이기도 한 윤리문제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거듭 살펴보고 있는 회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회칙 「진리의 광채」는 윤리회칙이라고 불리고 있다.
특별히 새회칙은 신앙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신앙이 우리를 이끌고자 하는 길을 보다 명확히 보여주는 임무를 띠고 있는 주교들을 향해 반포됐다. 그 사실은 바로 이 회칙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회칙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크리스찬들, 전 인류를 향해 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의 광채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윤리적 도전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기 때문이다.
새 회칙은 그동안 가톨릭교회 안에서 야기되어 온 교회의 도덕적 가르침에 대한 일부 논란에 대해 명확한 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가톨릭의 교의와 상반되는 현대의 정신사조를 경고하고 오직 진리 안에서 인간의 자유는 성립되리라는 기본적인 메시지를 새 회칙은 거듭 거듭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새 회칙은 발표에 앞서 관련 신학자들을 비롯, 전 세계 주교단과 다양한 협의기간을 거쳤다.
새 회칙은 앞서의 지적대로 현 교황님의 10번째 회칙이다. 「인간의 구원자」를 필두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자비로우신 하느님」 「구원에 이르는 고통」 「생명을 주시는 주님」 「구세주의 어머니」 「노동하는 인간」 「사회적 관심」 「교회의 선교사명」 「백주년」 등을 발표한바 있으며 「진리의 광채」는 재위기간 중 반포된 10번째 회칙이 됐다.
교황의 회칙들은 언제나 그 시대를 정확히 반영해왔다. 윤리회칙으로 불리는 새 회칙은 특별히 윤리의식의 실종, 도덕성 부재 등으로 미래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졌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종족, 인종, 종교라는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끊임없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극도의 윤리부재 현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주일 아침 부안 앞바다에서 발생, 다시 한번 국민을 경악 속에 몰아넣은 여객선 침몰 참사 역시 인간의 값이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정직한 얼굴이다. 지금까지 나온 진단에 따르면 이번 참사 역시 영락없는 ‘인재’라는 진단이다. 할 말도 없고 무슨 말로 이 어처구니없음을 대신해야 할지 도무지 분간이 서지 않는다.
졸지에 귀한 목숨을 빼앗긴 분들의 영혼이 부디 편안히 잠드시기를 빌면서 사랑하는 가족과의 고통스런 이별로 비탄에 잠겨있는 모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물론 어떤 위로의 말로도 유가족들의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덜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모든 매스컴이 지적했듯이 올해 우리는 이른바 땅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바다에서까지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물론 그 대형 사고들은 모두 한결같이 사람의 실수가 만들어낸 이른바 인재라는 것이었다. 자만과 안일 그리고 무모함이 가져다준 이 엄청난 인재 앞에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가 얼마나 인간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사람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사회는 인간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태아살해 세계 1위를 차지해온 우리나라가 이제는 대형사고 1위국 아니, 인명경시 1위국이라는 불명예를 또 하나 차지하게 되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계속되는 엄청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우리는 인간을 최우선에 두는 사회로 가고 있는가 의문을 갖게 된다. 개혁과 변화는 혹시 ‘그림의 떡’이 아닌가 의문 역시 가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교회는 새 회칙 반포의 의미를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윤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새 회칙 진리의 광채를 통해 우리교회는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의 윤리교사 역할을 맡아야만 할 것이다. 흩어져버린 인간과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일깨우고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데 교회가 앞장을 서야만 할 것이다.
교황의 회칙들은 그래서 신자들의 교과서가 되어야만 한다. 교과서를 가르치기 위해선 교사들이 먼저 그 교과서를 읽고 터득 해야만 한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 신자들의 삶의 지표가 될 회칙들은 반드시 신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회칙은 ‘윤리회칙’이다. 윤리와 도덕이 실종되고 있다고 진단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나온 새 회칙이 인간, 특히 신앙인들이 간직해야 하는 윤리의식의 틀을 제시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새 회칙은 교도권적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되는 가르침의 표본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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