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증조할머니의 묘소에 다녀왔다. 그곳에 가서 음식을 차려놓고 기도를 드렸다. 문득 기도를 하다 증조할머니의 묘를 보니 할머니께서 맛있게 잡수시는 모습이 느껴졌다.
맑은 가을의 하늘. 하늘하늘 부는 상쾌한 바람. 누렇게 변해가는 벼들의 모습. 길가에 화알짝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행렬.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나라 고유의 대명절 추석 한가위. 추석하면 생각나는 보름달, 햇곡식으로 빛은 송편과 햇과일, 나물들…
차례음식을 보며 여러 가지를 오늘 배웠다. 나물을 삼색나물이라 하여 세 가지를 해놓는다고 한다. 고사리, 도라지, 숙주나물. 숙주나물은 송편 속을 넣는 녹두라는 것을 싹티운(콩나물 처럼)것인데 맛이 일찍 변한다고 하여 변덕스런 사람을 가리켜 숙주나물 변하듯 한다고 한단다.
어머니께서는 나물이야기를 하시며 우리나라 단종 때 사육신의 충신 이야기를 들려주며 신숙주라는 인물을 말씀해 주셨다.
송편을 햇쌀과 속은 녹두로 계피 낸다고 한다는데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솔잎이 새로 나올때 따두었다가 송편을 시루에 넣고 익힐 때 송편들이 서로 불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넣는다고 한다. 송편에선 독특한 솔잎냄새가 나기 때문에 더욱 맛있어 보였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옛날 선조들의 지혜가 얼마나 깊은지 참으로 놀라웠다.
고기를 크게 토막 내어 갖은 양념으로 간을 하여 구워 차례상에 놓았다. 이것을 ‘적’이라고 한다. 막내삼촌은 어려서부터 이 고기가 제일 맛있었다고 하셨다. 나도 ‘이렇게 요리한 고기 맛이 괜찮은데?’하며 많이 집어먹기도 했다.
생선 중에 차례상에 오르는 것은 조기와 동태를 말린 ‘포’라고 하는 것이 있다. 동태를 납짝하게 하여 말렸는데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이럴 때 쓰는 옛말 중에 불공엔 마음이 없고 뭐에만 있다고 하더라? 사과의 상큼한 맛을 입안 가득히 물고 할머니 묘 앞에 꽃을 정리하였다.
돌아오는 성묘 길가에는 꽃장수도 있고 햇곡식(고구마, 감자, 과일)을 파는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에게 난 오늘 이 기쁨의 행복을 드렸고 모두들 조상의 보살핌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