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매월 l회 ‘마리노씨의 교사수첩’을 게재, 한 교사의 눈에 비친 주일학교 교육현장을 통해 우리 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해봅니다. 현재 서울 서울대방동본당 중등부 주일학교 3학년 1반 담임인 필자 조한수씨(마리노)는 1974년 7월부터 현재까지 20년 동안을 한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80년에는 ‘보다 좋은 주일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장로회 신학대학 대학원 기독교육학과에 입학.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요즘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3학년 과정을 청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울대교구 교육국이 발간하는 주일학교 잡지 「디다케」의 편집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주일학교는 글자 그대로 본다면 주님의 날인 일요일에 열리는 배움의 자리입니다. 때문에 주일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님의 날인 일요일에 펼쳐져야 하고 배움의 나눔이 있어야 이름값을 하게 마련입니다. 만약 주일학교에 열리지 않거나 학교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주일학교가 아닐 것입니다.
사목의 편의 때문에 토요일에 열리거나 다른 요일에 열리면 그 학교는 토요학교나 다른 주일 모임이지 주일학교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일학교보다는 ‘주님학교’라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으며, 학교라는 표현도 나눔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주일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주님과 나눔이라고 하는 주일학교의 두 가지 요소에 게을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교사와 학생 자체에도 있겠고, 또 기타 사회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주일학교에 주님이 차츰 배제되고 나눔이 차츰 배제되는데 있다고 보입니다.
주님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필수입니다(마태 28,20 참조). 그런데 많은 사람이 주님이 나눠지고 가르쳐지는 자리인 주일학교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주님의 자리에 다른 것들이 자리하고 부수적인 것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아닌 것이 주님의 자리에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우상이라고 부릅니다. 주일학교에서도 주님의 자리에 다른 것을 놓고 가르치거나, 배워야 하는 의무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우상의 교육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이 구식이기에 새로운 가르침과 배움의 원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사용하던 교육 자재가 낡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 중에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방법과 도구가 바뀌는 것은 주님을 보다 잘 전하고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방법과 도구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주님이 소외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 마음에 꺼림칙하게 남아있습니다. 장소가 화려해지고 기술과 도구가 발전하는 만큼 주님이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학교가 아닌 주일학교를 가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주일학교에 주님을 주인으로 모셔야 합니다. 주님이 주인으로 모셔지는 주일학교는 선택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무로 주어지게 됩니다. 의무는 권리를 수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일학교에서 주님을 가르칠 권리가 있고, 또 주님을 배울 권리가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새로운 눈으로 주일학교를 주님학교로 가꿔나가는 슬기를 교사, 학생, 부모, 그리고 사목자 모두가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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