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금년을 마감하는 오늘 주일부터 일주일은 성서주간이다. 올해로 9주년째 성서주간을 맞고 있다.
우리 교회가 한 해의 마침과 새해의 시작이 교차되는 시점에 성서주간을 두고 있는 것은 성서의 비중과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성서말씀을 그 뿌리로 삼고 있으며 그 말씀을 줄기와 가지로 해서 숨 쉬고 살아 움직이며 성장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성서주간은 교회의 구성원들인 신자들이 일의 시작과 끝을 늘 성서말씀과 더불어 하도록 깨우치기 위한 것이다. 곧 성서가 삶의 중심이 되고 성서내용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 성서주간의 설정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각 교구에서는 그동안 신자들에게 성서읽기와 성서공부를 꾸준히 독려해왔으며 실지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많은 신자들이 성서를 구입하고 성서관련 잡지나 해설서 등을 구독하게 됐다. 또 교구나 수도회, 본당이나 단체가 주관하는 성서공부나 성서연구가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으며 여기에 참여하는 신자 수도 매년 크게 증가해오고 있다.
이처럼 성서읽기와 성서공부가 전국적으로 활발한 것은 분명 우리 교회와 이 세상에 큰 희망이며 빛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서를 읽고 공부한 사람들의 그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최근 성서에 관한 한 언급에서 “성서의 핵심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고 예수 그리스도, 사람이 되신 말씀”이라고 지적하면서 성서에서 이분을 만나면 “사람들을 갈라놓고 자기 형제자매들의 곤궁에 눈을 감게 하며, 서로 싸우고 헐뜯게 만드는 미움과 이기심의 담이 무너질 것”이라고 하셨다.
교황성하의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에, 특히 성서주간을 맞으며 지금까지 성서를 읽고 공부해온 신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성서를 어떻게 읽고 공부해 왔는가? 단순히 성서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만족하고는 있지 않는가? 아니면 성서내용과 실생활과는 합치될 수 없는 것으로 아예 치부해 버리는 것인가?
우리가 성서를 읽고 공부하는 목적이 개인의 지적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끝나 버린다면 그것은 무가치한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내적변화와 성숙, 나아가 사람들 간의 미움과 이기심을 무너뜨리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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