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한번 더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에서 졸고있는 동료 직원에게도 오간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가슴에 타오르는 불덩이를 안고 성당을 향하여 뛰기 시작했다.
50m 정도의 거리를 단숨에 달려 계단을 올라 들어선 곳은 그렇게도 어려워했고 마음속 깊이 갈망했던 성당앞 정원이었다. 고개를 들어 성당을 바라보는 순간 내 눈앞에 보이는 성당안에는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럴리가 없어 아마도 내가 잘못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으나 성당은 불이 꺼진채 서있었다. 또 다시 사방을 한번 둘러보았으나 어느 누구도 보이질 않았다. 순간 나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그리곤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삼키려 하였으나 이젠 울음소리까지 나오는 것이었다.
몸을 일으켜 정원수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삼키며 내 마음을 달래었다. 돌아서 나오면서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1시경이 지나고 있었다. 아차하고 그때에 생각난 것이 자정미사 시간이 지났음을 깨달았다.
사무실에 돌아와 앉아있으니 가슴이 답답하여 미칠것만 같아 그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마셨는지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고 날이 밝아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일직당번과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도 거르고 자리에 눕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자정미사가 저녁 10시에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냉담하기 전만 해도 자정미사라면 밤 12시에 시작했었다. 냉담생활이 약 7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미사시간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냉담 기간중에 결혼을 하였기에 이미 혼인 조당에 걸려 나 혼자라도 성당엘 갈 수 있는 자격까지 상실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아내에게 괴로운 나의 심정을 털어놓고 함께 성당에 나갈것을 요구한 결과 아내는 두말없이 따라주어 그런 아내가 너무도 고마웠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냉담하고 있는 기간에도 주님께서는 나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시고 세례때 맺어진 주님의 자녀로써 끈끈한 끈으로 영원히 달아나지 못하게 나를 묶어 두셨음을 생각하고 지금도 한없이 주님께 감사드리고 있다.
그당시 내가 아내와 약속한 것은 아내가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게 되는 날 나도 함께 성당에 나갈것을 굳게 다짐한 것이다. 그때부터 아내는 교리반에 들어가 두 살 난 아이를 등에 업고서 열심히 교리를 배워 4개월 후인 74년 4월에 세례를 받게 되었으며 아내가 세례를 받던날 약속대로 나도 함께나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고 가슴 아파했던 냉담생활을 7년만에 깨끗이 청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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