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7일자 가톨릭신문 1면 상단 기사에서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 중 60%가 임의 냉담자이며 갈수록 증가하는 냉담자 및 예비자 감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범 교회 차원의 냉담자 방지대책 위원회나 선교위원회 같은 전문기구를 설치하여 종합적인 처방책을 연구해야할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보도했다.
가톨릭신문에서 지적한 대로 빠른 시일내에 ‘냉담자 방지대책 위원회’가 설치되어 심도있게 그 원인을 규명하고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되겠지만 우선 본당신부의 입장에서 그 원인과 방지대책을 함께 규명해보고 이를 위해 레지오 단원이 해야 할 소명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냉담을 하게 되는 근본 원인은 신앙인으로써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데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크게 외적요인과 내적요인으로 좁혀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외적요인이란 사회환경인데,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에 물든 사회환경 때문에 신앙을 지켜나가기 힘들고 더구나 영세 입교한지 얼마되지 않는 신앙인으로써는 유혹을 이기기가 힘드는데다가 적절한 영적지도도 받지 못하여 유혹에 떨어져서 죄를 범하고 난 뒤 실망에 빠진 나머지 혼자 고민하다가 자포자기하면서 성당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와 같이 신앙을 지켜 나가기 어려운 사회적 여건을 냉담자 증가의 외적요인으로 본다. 그러고 신앙이 아직 여린 교우들을 보호해주고 신앙을 키워주는 온상이 되어야 할 교회가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을 냉담자 증가의 내적요인이라고 본다.
불행히도 이 교회안에 사귐과 나눔이 없다면 주일미사에 나오는 신자들의 모임은 선거유세장이나 기차 타기 위해 역 광장에 모인 군중집회에 불과한 생명력이 없는 교회가 되고 마치 시들어 가는 고목처럼 냉담교우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레지오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교회안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해야 된다.
소공동체의 구성 방법과 명칭은 지역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효목본당의 경우는 반모임과 조모임이라 한다. 그 내용을 여기서는 지면 관계로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개관만 간단히 소개하면, 반모임은 대개 30세대 단위로 조직되어 있고 한 달에 한 번 빛 잡지의 반모임 교재를 중심으로 성서말씀 나누기 7단계를 형제들끼리 자매들끼리 따로 모여서 하고 앞으로 청소년들의 반모임도 가질 계획이다. 조모임이란 대개 7-10세대 단위로 가족 전원이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사귐과 나눔의 친교를 가짐으로서 형제적 우의를 돈독히 하는 가정 공동체인데 이 모임이 바로 BCC인 크리스찬 기초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반 세대수 크기에 따라 한반에 2-4개 조가 레지오 단원 중심으로 편성이 되어있고 지금은 초기단계로서 한 달에 한 번 모여 가족기도를 바치는 정도인데 참석률이 매우 저조하지만 이 모임이 점점 성장하여 초대교회와 같은 교우가족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공동체 활성화에 레지오의 역할은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 본당 소공동체 활성화 작업은 제일 먼저 레지오를 반별로 개편하고 레지오 단원들에게 반 임원직을 맡기는데서부터 시작하였다.
반 임원은 반장 부반장, 형제들 반모임을 위한 반지도자, 청소년을 지도하는 대표자모, 조모임을 위한 조장이 각 조마다 한사람씩 있다. 이들 반 임원들이 매주 한번씩 쁘레시디움 회합을 통해 책임진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방법을 찾아 능률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힘을 모아 함께 노력한다.
이 결과 효목본당 소공동체는 시작한지 2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는데 상당한 수준에까지 성장했다. 아직 미숙한 점은 많지만 소공동체에 대한 교우들의 인식과 호응도가 많이 달라졌고 미사 참례자가 많아지고 교우들끼리 친교를 나누는 태도가 눈에 뛸만큼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서 새로운 신앙체험을 하고 있다고 짐작된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인데 한국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는 레지오를 통해서 이루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며, 상호보완 관계가 되면 레지오도 소공동체도 같이 활성화되지만, 소공동체 활성화만 목표하게 되면 자칫 좋은 전통을 가진 레지오가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선교의 효과가 감소되고 소공동체 활성화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된다.
함께 모여 성서 말씀을 묵상하고 생활 체험을 나눔으로써 세상 유혹에 찌들었던 영혼들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되고,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서로 격려해 줌으로써 공해처럼 범람하는 세속 소리에 병들었던 영혼들이 다시 생기를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복음화하는 선교활동이기 때문에 선교 소명을 받은 레지오 단원들이 오늘의 이 시점에서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할 활동이 소공동체 건설에 이바지하는 일이라 믿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레지오 단원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할 활동은 소공동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교우들을 권유해서 참여하도록 하고, 책임 구역내에 냉담자들을 회두시켜 우선 소공동체 모임부터 참여하고 차츰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고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레지오 상급기관 관계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러한 한국교회 현실을 간파하여 적절한 계획이 수립되고 활동보고서 양식부터 현실에 맞게 바꾸어 주기를 제안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