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좌절감과 절망 끝에 내가 찾은 것은 노해 시인의 시집 「참된 시작」이다. 노해 시인의 시를 읽으면 힘이 다시 불끈불끈 솟는다. 마치 이사야 예언자의 위로의 노래처럼.
바람 잘 날 없으라
울지 마, 살아 있다는 것이다.
오늘 이 아픔 속에 외로움 속에
푸르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사노맹 사건으로 경주 남산 자락의 사형수로 옥중에 갇혀 있지만 그의 순결한 정신의 감동적인 고투를 설명하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새 이파리 강철처럼 또다시 ‘참된 시작’을 깨우쳐준다.
땅은 그대로 모순투성이 땅
뿌리는 강인한 모습으로 변함없는
뿌리일 뿐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 아 산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며
빛살 틔우는 투쟁이었다.
우리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 모순투성인 땅이다. 마치 구한말의 역사처럼 지금 우리 한반도에 살점 에이는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미 80년도부터 마늘파동, 고추파동, 소파동, 무·양파 등으로 기초농산물이 무너지고 있었는데 이제 쌀 이외에도 14개 기초농산물 개방으로 인한 농촌사회 의 붕괴는 강 건너 불 보듯이 뻔하다.
이제 보니 대통령도 짜가이고 언론들은 더욱 짜가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가짜 이래저래 화가 치민다. 교회도 지난 페놀사건에서도 입을 다물었던 것처럼 여전히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독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다시 시작하자, 강철 새 잎처럼 민들레처럼 ‘처절한 눈동자로 자신을 직시하며’ 산 것을 보듬어 살리는 운동으로 참된 시작을 준비하자. 노해 시인은 갇혀 있으면서도 새하늘 새땅을 꿈꾸며 메시아를 기다리는데 육신이 멀쩡한 내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허리에 살을 빼고 단전에 힘을 주고 운동전선을 가다듬고 전략을 다시 짜보자. 자본주의의 짜가와 사회주의의 비효율을 넘어설 새로운 대안을 ‘말구유’에서 찾아내보자. 강철새순 아기 예수님이 새로운 나라의 씨앗인 것처럼 새로운 대안의 맹아를 이 모순의 땅에 심어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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