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5학년 때였나?
온 집안 식구가 천주교 신자였던 친구를 따라서 호기심에 몇 번 미사에 참례하곤 했었는데, 그 친구와 다른 중학교에 진학한 후 부터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주 가끔씩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같이 성당에 나가곤 했었다.
그런데 얼마후 전혀 예상밖으로 가끔씩이나마 내가 성당에 나가는 것조차 별로 달가와 하지 않으시던 어머니와 오빠가 예비자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하셨고, 중등부에 아는 친구 하나 없던 나는 겨우 중학생인 주제(?)에 어머니를 따라 성인반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난생 처음으로 아주 가까이서 미국사람을 볼 수 있었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 큰 키, 하얀 피부의 미국신부님이 서툴게나마 한국말을 하시는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서양사람이면 무조건 미국사람인줄 알았는데 어머니께서 그 신부님은 아일랜드에서 오신 분이라고 말씀하셨다.
외국 신부님이 뭐하러 우리나라에까지 오셨을까? 왜? 무엇 때문에? 이때 처음으로 갖게 되었던 의문은 그 후 세례를 받고나서 수도성소에 관심을 갖고 꽤 오랫동안 몇몇 수녀회의 성소자 모임에 나가다가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알게된 진짜 미국인(?) 평신도 선교사를 만나게 되면서 또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를 시작으로 잠시동안 잠자고 있었던, 수도자로 살고싶은 열망뿐 아니라 선교사에 대한 관심까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 선교 수녀회의 문을 두드린 끝에 성 골롬반 수녀회를 찾게 되였다.
내가 처음 만난 골롬반 수녀님은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같은, 아주 덩치 큰 아일랜드 분이었는데 그분을 통해서 내게 세례를 주신 그 아일랜드 신부님이 바로 골롬반 선교회 신부님이라는 것, 그리고 칠레 페루 미국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한국 등지에서 선교하고 그리고 중국 선교를 위해 창설된 선교수녀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별기간을 거쳐 입회한후 수녀님들의 삶을 보며 그리고 선교학을 배우며 옛날 아일랜드 신부님과 미국 평신도 선교사를 만났을 때 가졌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 서원한 지 이제 겨우 두 세달 남짓한 병아리 수녀로서 앞으로 파견될 준비를 하면서 약간의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이제까지의 삶을 뒤돌아보니, 어릴적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속에 선교사의 삶을 살 씨를 심어주시고, 지금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도 부족하나마 삶으로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서 충실히 살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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