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에 병들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살다보니 핵가족이라는 도도한 물결에 밀리어 외롭게 사는 노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집집마다 집안의 뿌리격인 노인들의 자리가 휘청거리고 있다. 노인을 거부하면서 그 열매인 자식은 알알이 영글어 반짝이기를 바라며 과보호를 일삼고 있다.
더더욱 믿음이라는 미명 아래 무슨 활동이다 무슨 모임이다 하면서 노부모에 대한 관심이 흐려져 가고만 있다.
바로 옆에 봉사해야 할 병자나 노약한 부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먼 곳을 찾아나서 봉사를 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
예리고로 가는 길에서 강도를 만나 반죽음 된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길로 가던 사제나 레위사람같이 병들어 신음하는 노부모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설악산에서 요양 중이던 때였다. 어느 중년부부가 간경화로 고생하는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가 이튿날 교회에 예배보러 가야 한다면서 노모를 모시고 급히 떠나갔다.
광적인 며느리의 빗나간 신심이 먼 길을 왔다가 그 좋은 설악산 구경도 하지 못하고 노모를 되돌아가게 했다.
병들어 신음하는 노부모는 우리가 하늘나라 잔치에 초대받은 잔치상이다. 보잘것 없는 형제에게 베푼 것이 바로 주님께 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서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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