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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나흘간, 군복을 입고 있는 사병으로서는 좀체로 얻기 힘든 피정의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
첫날, 늘 공소를 들어서는 느낌으로 성당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역시 늘 하듯이 성수를 찍어 기도를 드린 후 나는 찬란한 불빛이 나를 감싸고 있음을 느끼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늘 보던 십자가 옆에는 주님이 계셨고 그 앞에는 성체등이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이 마냥 좋아서 틈나는데로 성당을 찾아 기도를 드렸다. 내 영혼은 이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성모님께 드려지는 장미 꽃다발과 묵상기도를 통해서 잠들어있는 나의 믿음은 그 빛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평화로움과 너그러움이 찾아들었다. 군생활을 하며 마주치는 사람들로 인한 피곤함과 시시각각 일어나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자칫 나약해지고 방황하기 쉬운 나의 영혼이 이제는 쉴 곳을 찾은 것이다.
내 마음에 고이 담아온 성체등이 꺼지지 않는 한 기도로써 늘 주님을 만나고 나는 위로받을 것이다.
비록 작은 가슴이지만 그 어떤 사람이라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낯설고 외진 이 땅에서 주님을 전하는데 작은 부분이라도 차지하고 싶다.
감정에 못 이겨 내게 욕을 하더라도, 나를 이용하더라도, 나의 기대에 거스르더라도 하느님께서 다 뜻이 있어 세상에 내신 이들일텐데 어찌 감히 내가 그들을 미워할 수 있겠는가?
죄의 유혹을 뿌리치며, 나를 단련시키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할 따름이다.
그래서 시기와 미움이 싹 트려할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열어 빛에 다가서리라 다짐한다. 주님의 특별한 배려로 내안에 새겨진 주님의 빛을 나의 사랑의 시작으로 삼아 종종 나를 둘러싸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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