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특히 주일학교 교사를 하다보면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비단 아이들과의 인간관계와 그들의 세계에만 참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에도 부딪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성당 주일학교 교사인데 젬마 좀 바꿔주시겠습니까?” 젬마의 아버지가 받고 딸을 불렀다. “얘야, 교회다. 전화 받아라!” 그 순간 옆에 있는 젬마 어머니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려왔다.
“없다고 해요! 요즘 바쁜데 성당 갈 시간이 어디 있어? 넌 네 방에 도로 들어가!” 다시 아버지께서 수화기를 들었다. “우리 애가 지금 없어요. 아마 당분간은 바빠서 성당에 못 나갈거요” “예,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젬마 아버지는 비신자지만 어머니는 딸과 함께 영세를 받아 지금은 냉담중이다.
나는 전화기 앞에서 한참을 힘없이 앉아 생각을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아까 그처럼 초라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을까?” 그렇다. 나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떳떳해야 했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음을 늘 일깨워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고 나를 믿고 따르는 성당의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나는 결코 초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성탄절 때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즐겁게 웃는 젬마의 얼굴은 볼 수 없겠지만 나는 젬마의 가정에 ‘진실한 기도’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리라 생각하며, 또한 이렇듯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의 신앙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언젠가는 젬마도 알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젬마를 사랑하시며 나도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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