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성당건립중인 가지파마(GAZIPAMA)에 가서 검사에 필요한 ‘대변’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피식’ 웃으며 멋쩍어 하더니 일단 시작하고 나니까 아랍인·본방인 할 것 없이 대변을 들고 줄서고 야단이었습니다.
작년에 위생교육하면서 “조심하고 약 사먹어라”고 강조해도 이해 못하던 깜씨들, 현미경을 통해 자신의 충란을 본 후에는 놀라며 서로 장황한 설명을 하는 것을 보고 혼자 웃었습니다.
이제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았다는 듯 우쭐거리는 깜씨들의 모습…, 구충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비싼 약을 공짜를 줄 수는 없고 해서 1백F에 팝니다. 나의 은인들이 뒤에서 도와주니까 이렇게 싸게 팝니다. 1백F 이상하면 틀림없이 약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서, 그렇다면 내가 현미경을 끌고 다니며 대변냄새 맡아가며 고생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그들의 고통을 제거하자는 것, 그래서 그들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우리들 고생의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아프리카에 온 것도 부족하여, 공소에 다니는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그들의 대변을 만져야 하다니…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겠죠.
호롱불 밑에서 저녁기도하고 밖에 앉아 있으면 세상이 모두 나의 것인 양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멋진 초승달, 영롱한 별들이 내려앉을 듯 아름다운 밤입니다.
항상 조용히 도와주시는 모든 은인들께 큰 감사를 드리며, 성탄인사와 함께 새해에는 늘 건강하시길 멀리 아프리카에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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