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바오로서원에 들러 오랜 시간에 걸쳐 골라낸 책이 있다. 문화권이 비슷한 일본인이 쓴 수필집이고 차례를 훑어보니 아주 섬세한 여성의 내면을 다루는 것 같아 선택했다.
별 기대 없이 펼치던 나에게 이 책은 큰 충격과 희열과 많은 공감으로 정화시켜 주었다.
저자 소노 아야꼬는 사랑의 정의를 그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가, 어떤가라고 말한다. 또한 그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하나의 괴로운 ‘십자가 상’이라 한다.
그러나 죽을 수 없다면 사랑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런 절망적인 생각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사랑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옛 스승이었던 수도녀로부터 배운다. 사랑을 만드는 능력을 갖는 일은 괴롭고 때론 그것을 위해 죽지 않으면 안 되어도, 역시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며 죽음과 바꿀 만큼의 쾌감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소노 아야꼬는 일본에서 잘 알려진 여류작가이다. 역자가 번역 전 양심상 저자에게 서신을 냈더니, 회신에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다만 얼마라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하여 우리나라 안양에 있는 성라자로 마을의 건립기금으로 보내기를 원했다 한다.
매우 진지한 가톨릭 신자인 저자의 책에는 일체의 가시적 미화를 벗어 던지고 알맹이만의 생활진리가 들어있다
특히 여성의 섬세한 눈으로 보는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를 다루어 현대 여성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며, 남녀 서로의 상대를 이해하는데 좋은 지침이 된다고 생각한다. 주로 연인들 간의 사랑에 있어 문제점이나 이성을 선택할 때의 눈을 예리하게 해준다. 또 기혼자로서 일상 일어나는 일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읽는 층의 폭도 넓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속편을 읽게 되었는데 후에 첫편을 구하러 서점을 찾아야만 되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내 머리에 스치는 많은 생각과 쾌감으로 천천히 아끼며 보고 싶어진다.
역자의 표현을 빌면 직선적이며 명쾌한 생의 윤리가 발랄한 감각적 논리로 번쩍이듯 전편에 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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