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이 어느 놈이래요?”
“뭐 뻔한 일이지 뭐야” “어쩐지 요새 하는 행동이 수상하더라니, 아니 그런데 그 에미 에비는 뭐라고 하더래”
“할 말이 있겠나. 늦게 얻은 자식이라고 금이야 옥이야 귀여워 할 줄만 알았지 자식간수를 제대로 했겠어? 그러고도 할 말이 있겠어?”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그게 그럴 줄을 누가 알았어?” “오히려 뻔뻔스러운 것 같던데. 요새 아주 신이 났나봐”
예서 수군 제서 수군. 온동네가 수군거리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요새 흔한 말로 미혼모였으니까. 그러나 그는 피앗(fiat)이라는 한마디 말로 모든 것을 감수할 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새해 첫날 아침을 천주의 모친 대축일이라고 부르고 한국천주교회에서 의무축일로 정하여 지내고 있다. 얼마나 위대한 분이었는가? 한날 시골처녀가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어머니라 불리다니. 그녀의 이름이 바로 마리아였다.
그때가 어느 때였는가? 간음하다가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돌로 쳐 죽이던 시절이 아니었는가? 여자가 남들 앞에 나설 때는 머리를 가려야 할 만큼 철저한 남존여비사상이 지배하고 있던 시절이 아닌가? 다행이도 요셉이라는 착한 총각이 모든 것을 책임짐으로써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일생동안 그녀가 당한 수모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데 나는 어떠했는가? 내 배속에 있는 아기가 장차 무엇이 될 것인가는 생각치도 않고, 그 아기가 하느님이 은총의 선물이라는 것은 생각치도 않고, 그 아기가 내 남편과의 깊은 사랑의 열매라는 것은 생각치도 않고, 하느님만이 가지고 계시는 인간 생명에 관한 권한을 침범하는 너무도 감당키 어려운 큰 잘못이라는 것을 생각치도 않고, 내 영혼뿐 아니라 내 육체에 얼마나 큰 손실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치도 않고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일은 없는가?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해본 일은 없는가?
과연 당신은 하느님의 어머니라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마리아여! 위대한 미혼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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