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평화냐 전쟁이냐의 갈림길 속에서 일단 전쟁이 발발하는 날에는 전세계가 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지난해 말 유류값 인상으로 시작된 높은 물가고는 경제에 주름이 지게하고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군민의료진의 파견문제를 놓고 여야가 격돌, 정치불안이 예상되며 건설회사들과 교민들의 철수문제 등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91년 새해를 맞아 발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화를 원하면, 모든 사람의 양심을 존중하라’는 제하의 담화문은 우리에게 교시하는바가 크다.
교황은 “세계평화의 필수적인 토대는 모든 사람의 양심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평화문제의 가장 진실되고 가장 깊숙한 뿌리는 인간의 양심에 가 닿고 있음”을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양심은 초월성을 증거하고 있으며 사회의 관련해서나 그 자체로서 결코 침해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이와 같이 중요한 양심의 형성에 대해 “모든 개인은 가정·학교·종교·교육·홍보수단 등을 통해 자신의 양심을 형성해야할 중대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양심을 존중하며 함께 진리를 추구할 때 하느님의 뜻에 따라 평화로 나아가는 자유의 길로 전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의 담화문을 숙고한 우리는 이를 실생활로 옮기기 위해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한다.
우선 개개인의 양심과 공동체의 양심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점이다. 그러기에 양심을 공동체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순전히 사사로운 문제로, 각자의 특별한 비밀로 삼을 수 없다.
쿠웨이트를 합병한 후세인이 자신의 막무가내적인 행위로 인해 결국 맹목적 국수주의자로 판정나게 된 소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여기에서 우리는 양심의 형성이란 기초적인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양심이 형성되는 곳은 가장 기본적으로 가정이며 그리고 학교와 사회 및 세계가 그 토양이다.
순수한 사랑이 충만치 못하고 이타적인 나눔이 활기를 띠지 않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며, 재화 추구 일변도의 가정에서 올바른 양심은 형성되기 어렵다.
또 상급학교로 갈수록 윤리·도덕·종교교육이 등한시되고 때로는 아예 없다시피한 현 교육제도는 시급히 개선, 인간의 기본적 소양을 닦는 일에 크게 배려돼야 할 것이다,
대도시 근교마다 길게 늘어선 유흥·향락업소의 번창은 양심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기 전의 청소년들에게 범죄심리를 유발하기 쉽다.
육체노동이 천시되고 쉽게 돈 벌려는 풍조가 만연한 오늘날의 금전만능의 세태를 만든 정치가·부동산투기자·졸부들은 각성해야 하며 양식 있는 사회인은 새로운 사회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세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더 진리추구에의 어려운 걸음을 재촉해야할 것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유혹, 즉 자기 자신을 진리의 규범으로 삼고자 하는 본능적인 충동을 벗어나 하느님이 양심 안에 심어준 자연법을 존중하며 성서와 교회 가르침에 따른 양심형성을 통해 자신을 연마, 어두운 사회 등불이 돼 나가도록 힘쓸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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