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후기대학 입시를 위한 서류접수가 마감됐다. 이제 한바탕 시험 소동이 끝나면 91학년도 대입고사는 일단 마무리가 되는 셈이다. 물론 전문대학 입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40~50만에 달하는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는 실의와 좌절감에 빠져 방황의 시기를 맛보게 될 것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사정을 살펴본다면 교육제도만큼 그 문제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우리사회를 혼돈과 무질서의 상태로 진단한다면 교육제도, 아니 입시제도는 오랜 시간동안 상당한 기여를 한 셈이다. 청소년 범죄문제는 바로 우리의 잘못된 교육제도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라도 알만큼 유명한 정설이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문제에 접근하기를 꺼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사’자가 불어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출세를 하는)이 버젓이 자리 잡고 버티고 있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문제 가까이 다가서지 조차 못하고 말 것이다.
고칠 수 없는 병은 그 병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이유는 그 병을 고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잘못된 교육 제도와 가치관의 병리적 현상이라는 질병이 우리의 청소년을 병들게 하는 몹쓸 병원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로 이 문제는 누구 한 사람, 어느 한 부서가 도맡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엄청난 일이다. 가정은 가정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그리고 국가는 국가적 차원에서 왜곡된 가치관과 교육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를 모아야만 할 것이다.
항상 주장해온 바이지만 이 일에 있어 교회가 맡을 수 있는 몫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교회 안에서 잠자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수원교구가 발표한 새해 사목교서는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새해를 ‘청소년의 해’로 선포한 수원교구의 사목교서는 청소년 문제를 교회차원에서 접근, 하나씩 풀어보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일찍이 한국교회의 사목교서 가운데 청소년을 독립적 주제로 다루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본다면 청소년이 사목교서의 독립된 주제로 떠오른 것은 당연하다. ‘교회나 나라의 미래는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는 전제아래 제시된 수원 교구의 교서는 함께 기도하고 함께 공부하며 함께 실천하는 생활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새해의 첫 설계를 청소년에게 맞춘 수원교구의 선택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울러 그 선택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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