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겹겹이 속옷을 껴입고도 모자라 털목도리를 둘둘 감아도 파고드는 추위에 몸이 자꾸 오그라든다.
이런 날씨에 괜히 아이를 아침 일찍 학원으로 보냈구나! 길이 좀 미끄러울까? 문득 후회가 앞선다. 그러나 방학 중 라디오 교육방송 탐구생활을 청취하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지 어느새 1년이 되어간다. 앞·뒤 분간조차 못하고, 줄의 행렬에서 빠져 나와 장난치던 아이가 이젠 키도 쑥 커버렸고, 좋은 점수를 받아와 오랫동안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방학이 되었는데도 아이는 여전히 바쁘다. 태권도 도장이다, 피아노 학원이다 하면서, 그것도 부족해 서예를 배우는 게 소원이라는 아들을 앞세워 “미술 실기가 부족하니 그림을 좀 배우는 게 어떻냐?”하면서 타일러본다.
정작 방학인데도 놀줄도 모르고 놀 친구도 없어 주리를 틀며, “아! 심심해”를 외쳐대는 아이에게 “심심하면 문제지나 좀 풀어!”하고 응수할 수밖에 없는 엄마도 참 딱하다.
짜여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며, 그저 집안의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로서는 손쉬운 컴퓨터·오락게임·비디오 시청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물론 이런 것들은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일들이 10대에는 어떤 놀이와 오락을 즐기게 될까? 자못 걱정스럽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어터진 손등으로 구슬치기 연날리기 딱지치기 팽이를 치면서 추운 줄도 모르고 쫓아다녔다. 이젠 어느 곳에서도 그런 정감어린 풍경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조금만 추워도 감기 걸린다며 꼭꼭 붙들어 두는 부모들의 과보호도 문제다. 예전에는 누런 콧물을 줄줄 달고 다녔어도 그냥 겨울을 넘기곤 했다.
실제로 요즈음 어린이들은 예전에 비해서 체력이 약하고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학교에서조차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관계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쉬는 시간마저 용변 외엔 자리를 지키게 한다. 자연, 운동이나 활동할 시간이 적은 아이들은 점점 몸을 도사리게 되고 작은 위협에도 대항할 줄 모르고, 소극적인 자세로 방관해버리고 만다.
이 모든 것이 기성세대의 공동 책임이라며 떠들어대도 특별한 개선책이나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우리주변부터 반성하고 노력해보자.
아무 작은 것부터, 계획성 있는 생활,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방법,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눔, 정의, 사랑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는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새해에는 모두 모두 건전한 생각과 말과 행실로 책임질 줄 아는, 알찬 삶을 살 수 있는 나날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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