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5.16군사 쿠데타로 중단된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 금년 상반기 중으로 예정돼 있는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이에 대한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 정확한 선거날짜와 후보등록 등 이에 따른 소정의 절차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도 아닌데 벌써 금품살포 등 사전 선거운동혐의로 선거사상 처음으로 예비후보자가 구속되고, 당국은 이러한 사전선거운동 관련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천명, 공명선거의 의지를 다짐하고 나섰다.
말하자면 정부 당국은 예상되고 있는 혼탁과 과열 무질서의 선거풍토를 초기에 진압, 지방자치제의 지고성(至高性)을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이러한 공명선거에 대한 의지 천명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서글픈 심정을 지울 수 없는 한구석이 없지 않다. 곧 그것은 우리네 형편이 아직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과연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흔히 학자들은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숙달시키고 체험케 하는 최고의 도장으로 참된 민주주의의 성공을 보증하는 진정한 자유국민의 힘을 용솟음치게 하는 샘물이라고 말한다.
지방자치가 지니고 있는 민주적 요소가운데, 그것은 곧 ‘자치’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듯이 주민의 자치의식을 바탕으로 한 자치책임적 참여의식이 무엇보다 이제도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가 하는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 ‘자치’라는 말이 희석될 수 있는 분위기가 감돌고 이에 대해 당국의 공권력이 투입된다는 대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것이다. 곧 ‘자치’라는 본래 의미가 돈과 권력·폭력·그리고 공권력에 의해 무색해져 버리면 그것은 또 하나의 불신과 혼란만이 조장되는 비극을 우리 모두는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평화방송과 가진 신년 특별대담에서 “현재 상황 그대로라면 권모술수를 잘하는 것이 정치를 잘하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 있다든지 또 정직은 정치가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관념 속에 있다면, 지방자치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당장 선거부터 타락선거가 될 것이 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추기경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참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야 말로 정부여당야당뿐 아니라 국민 모두도 깨끗한 선거, 공명한 선거, 돈으로 부패되지 않은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방의회 의원직은 무보수명예직이기 때문에 특히 무엇보다 의원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은 지역민을 위한 봉사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보도를 통해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 가운데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훌륭한 소양을 갖춘 사람도 있겠지만 혹시 가진 재산과 돈은 많고, 별로 하는 일 없어 명예를 얻고자 하는 졸부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졸부들은 틀림없이 금력을 동원해 표를 사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고 혹 당선이라도 되면 ‘본전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어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 이권개입에 발 벗고 나설 것이 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깨어있는 주민’이 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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