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어머니는 나오실 수 있었다. 어떻게 나오실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에겐 단지 어머니가 나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했었으니까. 실로 일년이라는 기나긴 시련이 막을 내렸던 것이다. 그날 저녁, 정말 오랜만에 우리 식구 모두는 웃으면서 함께 만날 수 있었고 밤새워 얘기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기쁨의 큰 의미를 깨닫고 있었던 우리 가족들은 마냥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머니의 신심은 경이로울 만치 두터워져 있었다. 예전에는 주일미사도 거르기가 다반사였는데 이제는 주일미사참례는 물론이고 식사 전 기도, 묵주의 기도도 잊지 않고 매일 바치셨다. 다음 주일에 우리가족 모두는 함께 주일미사에 참례했다. 미사 중 시종 눈물을 흘리고 계신 어머니를 보고는 나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주님 당신은 시련이라는 불로 우리를 단련시키셨고 우리는 믿음과 사랑으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제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집과 공장과 가게도 다시 찾았고 식구들도 모두 함께 다시 모여 살게 되였다. 물론 예전과 같이 풍족한 환경은 아니지만 거기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말 꿈만 같은 날들이었다. 고뇌도 많이 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던 그날들. 그러나 그러한 고통 중에서 많이 성장했음을 또한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은 우리가 나태해 있을 때나 아니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을 때 고통이라는 도구로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신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그러한 하느님의 깊은 뜻을 망각하고는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며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또 우리는, 하느님께서 왜 우리의 기도를 모른 채 하실까? 왜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실까? 하고 푸념을 하곤 한다. 하지만 하느님은 절대 우리를 멀리 하시지도 않으시며 기도를 외면하시지도 않으신다. 단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가장 좋은 때에 주시려고 하시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일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 그것뿐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꼭 이루어 주실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니까.
이젠 그때만큼 그렇게 고통스럽다거나 힘든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많이 나태해지고 약해진 나를 발견할 때가 자주 있다. 지금도 나는, 홧김에 내던져 끊어져 버린 묵주알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안이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더없이 좋은 교훈이 되고 채찍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날씨가 아직 많이 차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끊어진 묵주알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하느님의 사랑처럼.
<끝>
지금까지 ‘끊어진 묵주알’을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안양시 호계동 심준택씨의 ‘주여! 감사하나이다’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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