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년 새해를 맞이하여 도둑여러분께서도 뜻깊은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저의 형제 한 분을 소개하고자합니다. 이 분은 한 때 부산에서 알아주는 소매치기였습니다. 그 날도 직장에 출근하여 누구의 주머니를 털까 생각하는 중에 풍채도 당당한 외국인이 지나가더랍니다. 이 친구 속으로 ‘대어가 걸렸군. 오늘 일찍 잘 출근했네’ 생각하고는 외국인의 지갑을 훔쳤습니다.
큰 수확을 기대하고 지갑을 열어보니 외국인 증명서와 토큰 두개뿐이었대요. 크게 실망한 그는 지갑을 버리려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대요. “나보다 더 가난한 외국인도 다 있군. 증명서에 신부라고 적혀있는데 거지 신부에게는 이 증명서가 꼭 필요할 터이니 찾아서 돌려주자. 욕하려면 하라지” 이렇게 생각하고 그길로 신부를 찾아갔는데 욕이나 실컷 할줄 알았던 신부님께서 오히려 정말 고마워하면서, 혹시 지낼 곳이 마땅치 않으면 나와 함께 있든지 아니면 포장마차 하는 형제들 소개시켜 줄 터이니 그 형제와 함께 서로 도우며 살아보라고 따뜻이 위로해 주시더래요. 자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타인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처음 느껴보았답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포장마차에서 함께 일하며 그 신부님께 교리를 배워 ‘스테파노’라는 본명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스테파노는 그동안 사회에 끼친 죄를 보속하고, 또, 이렇게 자기를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기 위해 본당의 궂은일은 도맡아 하면서 새로운 삶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땅을 훔쳐 먹는 부동산 투기꾼, 청소년에게 악의 씨앗을 팔아먹는 향락업소 주인, 폐수를 방류해 자연을 갉아먹는 공해범, 국민의 가슴에 실망만 안겨주는 정치가, 정경유착으로 부를 얻어 호화판 생활을 하는 사업가, 법을 지키고 집행해야 할 분이 깡패와 놀아가는 검사, 강도, 살인범, 유괴범 기타 모든 도둑님 여러분!
신미년 새해에는 스테파노를 닮읍시다. 전면 개방으로 우리의 경제를 뒤흔들려는 외국인 여러분! 신미양요 때의 우리 조상들의 거센 항거를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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