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이반이라는 바보가 있었다. 형들이 돈을 벌고 출세를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그는 바보였기 때문에 산과 들에서 열심히 일만 했다. 악마들이 이반을 파멸시키려고 했지만 욕심 없이 꾸준히 일만하는 그를 어쩔 수가 없었다. 이반은 악마에게서 받은 나무뿌리로 공주의 병을 낫게 하고, 공주와 결혼하여 왕이 된다. 그는 왕이 되어서도 계속 들에 나가 일을 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반의 궁전에서 음식을 대접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의 조건이 있었다. 손에 굳은살이 박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식탁 위에 앉지 못하고 식탁 밑에서 남이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만 먹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일한 사람만이 먹을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쓴 「바보 이반」이라는 동화의 줄거리다. 우리는 여기에서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바보라고 조롱받던 이반이 왕이 되고 똑똑한 줄 알았던 형들은 파멸하고 마는 역설적 진리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로 하는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이다.
성서를 읽어보면 예수님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전혀 거꾸로인 말씀을 많이 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고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기 보다 더 어렵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천국에 갈 수 있고 또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잘 해 주는 것이 곧 예수님께 잘 해 준 것이고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 뺨도 내놓아야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팔아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한다.
이런 성서의 말씀들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세속적 생각들이 얼마나 진리, 정의와 멀리 떨어져 있고 허황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우리의 욕심에 맞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가르침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신체적 노동을 천시하고 편한 일만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을 먹여 살리는 곡식이나 채소를 생산하는 농업과 어업, 임업 등은 모두 신체적 노동으로 이루어지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생필품과 산업을 발달시키는데 쓰이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일도 신체적 노동이다. (물론 거기에는 사무직과 같은 정신적 노동도 있어야 한다) 신체를 써야 하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바보 이반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우리도 예수님 가르침에 기준을 둔 생각을 갖고, 몸을 움직이는 일들을 즐겨 하도록 하자. 물론 당장 농부가 되어 괭이 들고 들판으로 나가라는 말은 아니다. 집안 청소, 심부름, 운동 등 우리가 할일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올바른 생각을 갖고, 일로써 단련된 튼튼한 몸을 갖는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하느님께서 아끼고 사랑하는 모범적인 학생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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