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적 배경을 요약하면 1988년 현재 57세의 남자로 8.15해방 다음해인 15세 때부터 21세까지 6년간 고향인 전북 김제의 농촌에서 개신교회에 다녔다. 그 후 6.25사변 중에 군대에 입대하면서 하느님을 멀리하고 때로는 하느님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교만한 생각으로 37년간을 살아왔다. 아내는 개신교회의 집사이며 성년이 된 딸 둘이 있는데 3년 전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안양 명학본당에 다니고 있다. 나는 어려서 이후 작년까지 한 번도 않아 누운 적이 건강한 몸이었는데 작년 가을철부터 호흡곤란증세가 있어서 안양의 ㅈ병원에서 1년간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아주 나빠져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오게 됐다.
1988년 11월 8일
정밀검사결과 목 아래 갈비뼈가 닿는 부분의 기도에 악성종양(갑상선암)이 말기상태로 발견되었는데 그곳의 혈관이 터져서 많은 출혈이 있고 호흡이 아주 곤란하여 생명이 경각에 달하고 있었다. 즉 안양의 ㅈ병원에서는 천식치료 약만 투여하는 오진을 한 것이다.
1988년 11월 14일
ㅈ병원에서 내과치료를 하였기 때문에 세브란스에서도 내과에서 담당하였으나 흉부외과의 이두연 선생에게로 이관되었다. 이두연 선생은 상태가 위험하다면서 응급시설이 있는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라고 중환자실로 보냈다. 그리고 이두연 선생의 설명은 수술하면서 성대가 상하기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되기 쉬우며 종양이 만약에 식도에 침범되었으면 최악의 경우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어 목 아래 부분에 구멍을 뚫어 그곳으로 유동식 음식물을 주입받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런 설명을 들은 나는 정말 내 정신이 아니었다. 그때야 내 정신이 번쩍 들며 하느님에게 매달리게 되었다.
전능하신 하느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여! 이 죄인을 살려주소서. 이죄인 너무나 오랫동안 당신을 멀리 하고 죄악에 묻혀 살아 왔나이다. 이 죄인이 지은 죄를 용서하시고 이 어려운 시련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 평소에 갖고 있던 하느님에 대한 의심을 일체 없애고 오직 하느님께 매달려 살려달라고 기도를 바쳤다.
1988년 11월 16일
아침 8시경 나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운반용 침대에 실려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내용은 앞가슴 갈비뼈를 절개하여 종양을 제거하는 것과 목 아래 기도에 구멍을 뚫어 그곳에 호흡용 튜브를 설치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7시간만에 수술실에서 나왔다고 한다.
마취에서 깨어나서 보니 1인용 중환자실에 혼자 누워 있는데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니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커다란 튜브가 목 밑에 뚫린 구멍으로 연결되어 산소를 불어넣어주고 있었으며 양팔에는 주사바늘이 컴퓨터 장치에 연결된 채로 꽂혀 수많은 주사약병으로 부터 주사약을 주입받고 있었으며 앞가슴에는 심전도의 고무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좌우 갈비뼈에는 고무호스가 각각 달려 분비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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