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인 A라는 친구의 차를 탄 적이 있었다. A는 차시동을 걸기가 무섭게 카세트를 틀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목사님의 설교가 분명했다. 지지지-하는 잡음과 함께 피를 토하듯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목사님의 말씀이 어찌나 빠른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단지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신도들의 알렐루야, 아멘하는 호응의 소리만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A는 내가 열심히 듣는 것으로 착각하고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교회 목사님의 설교는 부산에서 최고야, 스카우트하는데 돈 많이 들었지. 나는 매 주일마다 목사님의 설교를 녹음해서 차 탈 때마다 듣지, 출·퇴근 때는 물론이고 업무 때문에 차를 타기도 하니까 하루에 서너 번씩 목사님의 말씀을 듣게 되니 영혼의 양식이 될 뿐 아니라 생활 자체도 성화되지” ‘어쭈!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 갖고 되게 폼 잡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교우 중에도 이렇듯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녹음하여 매일 듣는 이가 있을까?’ 생각하니 A의 모습이 의젓이 모이면서 내심 그의 열성에 탄복을 하면서,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화요일 아침만 되면 주일 강론 준비로 고심을 한다. 좋은 테마를 떠올리기 위해 복음을 묵상하고 신심서적을 읽고, 기도도 하지만, 여의치 못 할 ‘때는 짜증스럽고 괴롭다. 이런 사제들의 고심을 신자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신부님의 이 말씀을 들은 후로는 더욱 열심히 강론 말씀을 경청했으며 중요내용은 주보지의 빈틈을 이용해서 메모를 했다. 그리고 주보를 가지고 와서 철을 하여 모아 놓으니 좋은 자료집이 되었다. 한번은 친구의 영세식에 참여하기 위해 타 본당에 간적이 있었다.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늘 하던 대로 열심히 메모를 했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는 신자들이 ‘왜 별종자가 다 있나?’는 투로 나를 보고 있었다. 계면쩍기도 하고 또, 다른 신자들에게 분심만 들게 한 것 같아 슬그머니 펜을 놓고 말았다. 머리 뒤꼭지가 간질거림을 느끼면서 “앞으로는 주보에 메모할 공란을 만들어 적는 날이 왔으면…”하고 혼자 기대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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