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계 대학들이 임시부정이란 돌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디까지 가야만 그 끝이 보일런지 사건은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참으로 암담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매일처럼 뉴스의 톱 자리에 오르는 이 사건은 오늘날 땅 밑으로 떨어져 존재 자체가 희미한 윤리ㆍ도덕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입시부정 사건이 충격을 더해주고 있는 것은 그 주체가 대학이라는데 있다고 하겠다. 상아탑으로 일컬어지는 대학은 최고의 지성을 배출해 내는 배움의 최고봉이기 때문이다.
첫 사건이 터진 서울대학교를 비롯, 이화여대 등 소위 일류 명문대학들이 부정입학의 현장이 되어왔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중론이다. 그것은 이미 대학입시에 부정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현실에 대한 인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연한 범죄가 상아탑 안에서 자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른 체 방관하고 있었다면 그 죄는 누가 어디서부터 책임져야 마땅하단 말인가.
학문과 예술을 뒷돈거래로 사고팔고 없는 일이다. 대학은 학업의 연장이기도 하거니와 인격·지성교육의 완성장이라 할 수 있다. 뒷거래에 의한 검은 돈으로 허가받은 대학교육에서 어찌 완성된 학문과 인격이 채워질 수 있겠는가.
이 같은 파렴치한 행태가 만일 어느 기간 동안 계속되어 왔다면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예술분야의 질적 저하를 우려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또 비약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계층 간에 있어야할 최소한의 질서(예를 들자면 부모와 자식·스승과 제자)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중이다. 학내문제·정치사회문제 등으로 학원(대학)은 상당기간 진통을 겪어왔고 대학의 권위·스승의 품위가 위태로운 상황을 겪었다. 이번 사건은 이 같은 현실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우리 대학의 그 모든 위상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철저히 가려져야만 한다. 뒷거래를 통해 제자를 선택한 선생, 검은돈으로 자식의 미래를 사고자한 부모 및 그 외 관계자들은 차별 없이 응분의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입시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개선책을 서둘러, 꼼꼼히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둑 터지면 땜질하는 것처럼 이번 사건을 처리한다면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어두움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개혁과 개선이야말로 이번 대입부정사건이 우리에게 남겨준 최대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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