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편의 좋은 작품 -그것이 시든 소설이든 영화든 간에- 을 만난다는 것은 실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기쁨은 오래도록 큰 감동으로 우리 곁에 남아서 두고두고 기억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모처럼 크나큰 기쁨과 영원히 잊을 것 같지 않은 감동을 맛보았다.
몇몇의 소련작가들에 의해서 소재화되기도 했던 시베리아벌판의 황량함이 오늘 이 소설을 통해서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은 웬일인가.
세상을 등지고 살아야만 하는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한 탈영병의 애달픈 절규는 이 눈내리는 벌판에선 오히려 아름다운 한 토막의 서정시 같고 젊은 아내의 남편에 대한 한없는 사랑-그것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었다-은 설사 죄를 안은 것이라 해도 한 폭의 수채화였다.
이 작품은 남편이 엮어내는 한편의 서정시와 아내의 영혼이 깃든 한 폭의 수채화를, 눈 내리는 광활한 벌판에 홀로 외로이 서서 감상하는 듯한 자기도취에 빠지게 했다.
우리에게 낯선 이 작품의 저자 바렌라스 푸친은, 단순한 이야기 줄거리를 가지고 우리에게 이토록 깊은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었던 것은 등장인물의, 특히나 여주인공인 ‘나스조나’의 날카로운 심리묘사를 통하여 독자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작품으로 인해 소련연방국가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싶다.
좋은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계층의 사람들이든 간에 은은한 향기로 심취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의 겨울날은 젊은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해서 한껏 부풀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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