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도 뇨관으로 뽑아내고 있었다. 그러고 양손이 침대에 묶여 있어서 손목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호흡은 자유스러워서 목 밑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으나 말을 하여도 발성이 되지 않으니 문밖의 복도에 앉아있는 간호사를 부를 수가 없다. 양발로 침대를 수없이 차니까 간호사가 와서 왜 그러느냐고 한다. 말을 할 수 없으니 일을 내밀면서 양손을 가리켜 손 묶은 것을 풀어달라고 신호를 보냈으나 그냥 돌아간다. 양손이 묶여 어찌나 아픈지 수술 자리는 아픈지도 몰랐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수련의들이 와서 손 묶은 것을 풀어주어 한숨을 돌렸다. 그때서야 피곤이 몰려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힘이 몹시 들어 깨어보니 머리와 어깨허리와 양팔 양다리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 하느님 아버지시여! 하고 기도를 바치고자 하나 이미 말을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목 밑에 뚫린 구멍으로 숨을 쉬고 있으니 발성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나는 발성이 되지 않는 입술을 움직이며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바쳤다. 오! 하느님 아버지 이 죄인의 죄란 용서 하소서. 탕자가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나가 방탕한 생활을 하다 굶어 죽게 되어 아버지에게 돌아가 그 잘못을 뉘우칩니다. 이죄인 염체 없으나 비오니 죄를 용서하시고 당신의 종으로 받아 주소서. 나는 사도신경과 준의 기도를 계속 바쳤다. 이미 37년 전부터 하느님을 멀리하고 살았으나 죽음이 임박하여 절박한 처지에 놓이니까 염체불구, 하느님을 찾게 되고 탕자에 관한 잃었던 아들의 성경말씀을 생각 했던 것이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무한한 것인가.
37년 전에 들었던 성경말씀이 생각나고 사도신경과 주의 기도를 암송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 일을 생각하니 내가 죽어서 주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 변명드릴 말씀이 없다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 그때 또한 생각나는 성경구절이 ‘최후의 심판 때 주님께서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놓듯이 의인은 오른편에 죄인은 왼편에 자리 잡게 하여 심판하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하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도저히 하느님으로 부터 용서를 받고 주님의 오른편에 자리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전능하시고 거룩하신 주 수 그리스도여! 이 죄인이 과거를 반성합니다. 당신께서 보시기에 이죄인의 과거 행적이 얼마나 민망 하셨습니까? 이 죄인 얼마나 교만 방자 하였으며 독선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잘 것 없는 것이 타인 앞에서 성인군자인체 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멋대로 해석하고 부정하면서 저 잘난 체하고 살았습니다. 이죄인의 죄를 용서하소서. 탕자를 아버지께서 받아주시듯 이 죄인도 당신의 종으로 받아주소서. 그때 나는 하느님 앞에 나체로 서 있는 환상에 사로잡히면서 몹시 부끄러웠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기도를 받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