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형제 중에 글레멘스가 있다. 우리는 종종 이 형제를 부를 때 “어이, 걸레”라고 하면 “이 친구들 왜 이러나”하며 웃어넘긴다. 그리고 보니 재미있는 본명이 꽤 많더라고요.
다마소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다 맞소, 다 맞소하질 않나.
암브로시오는 맛있는 것 먹을 때에 왜 나만 빼고 안 부르시오? 하며 항의를 하지 않나.
불라시오는 밥숟가락만 놓으면 불랐시오? 하며 성급하게 물을 찾지.
마리아 고래띠는 마리아까지는 좋았는데 고래띠가 뭐야? 얼마나 질긴 여잘까? 모니카는 남편을 자가용 몰듯 모니까 그 남편 엄처시하에서 고생께나 하겠네. 안나는 의사가 제일 싫어해 아무리 애써 치료해 주어도 안나, 미치겠네.
마르코는 말코, 도미시오는 떼미시오. 벨라도는 별라도 등등.
아이쿠, 이 글을 쓰니까 성인성녀들이 이 놈! 하시는 것 같아 겁이 덜컹 나네요. 영화로운 성인성녀들이여.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소서.
저의 수호성이신 루가 성인이여 모든 성인의 노여움을 달래주소서.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루가 성인은 복음사가이자 의사였으며, 축일은 10월 18일이다. 나는 어릴 때 세례를 받았는데 생일은 10월과는 거리가 먼 4월인데 본당 신부님께서 루카로 정해 주셨다. 나는 공의회 이전 보미사(=복사)를 6년간이나 했었는데 그 때 존경하는 본당 신부님처럼 커서 사제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그러나 내 뜻과는 달리 결국 치과의사가 되었다. 아마, 루카 성인께서 보시기에 내가 사제가 되기에는 싹수가 노랗다고 보셨나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본명에 맞게 살아가는 신자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가톨릭의사 중에 루카 본명을 가진 형제가 많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천상에 계시는 수호성인께서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하고 돌보아주신다는 증거이다. 오늘의 신자들은 수호천사나 수호서인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것 같다. 나는 참으로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고 있다. 우리 모두 수호성인을 통해 매일 기도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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