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새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이 반포됐다. 1월 22일 발표된 새 회칙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반포 25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것으로 현시대에 있어서 선교활동의 긴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기간 중 반포된 8번째의 회칙이다.
8장 92항으로 되어있는 새 회칙은 선교활동의 기본적인 면을 총망라 한 것으로 교황은 새로운 시대상황 속에 교회의 선교사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천년대의 선교를 위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의 ‘사목활동’을 비롯 ‘새로운 복음화’ ‘비신자 선교’ 등 세 가지 활동이 새 회칙이 밝히고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목활동은 물론 이미 신자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지칭하는 것이다. 새로운 복음화는 세례는 받았으되 냉담하거나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지적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세 가지 핵심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비신자 선교다. 비신자 선교는 아시아 전반에 걸친 교회들의 당면 과제이자 곧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새 회칙의 반포가 내포하고 있는 깊은 의미를 찾아보아야만 한다. 시기적으로 새 회칙은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반포 25주년을 기념한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선교는 오늘 모든 교회가 풀어야할 숙제이자 최대의 사명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새 회칙은 이 시대 교회들이 자신들의 사명으로서 선교를 다시금 되돌아 보아야할 적절한 시기에 나온 회칙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가 있다.
새 회칙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롭다. 복음화의 상승곡선의 폭이 90년도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아직 우리교회의 복음화율은 전체 국민수의 6%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의 복음화율이라면 우리교회의 최대사명이 선교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강조의 여지가 없다.
지난 87년 가톨릭신문이 창사 60주년을 기해 실시한 ‘한국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는 신자들의 교회 입문이 선교 정책에 의한 것 보다는 자발적인 선택이 많았다는 사실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자발적 선택자체가 교회의 보이지 않는 선교정책에 힘입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명한 진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교회가 선교를 향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80년대 초반 2백주년을 전후한 시기에「이웃 전교의 해」라는 사목지표를 공동으로 설정, 전 교회가 선교에 매달린 적도 있었다. 실제로 그 해는 한국교회의 가장 높은 복음화율을 기록으로 남겨 주었다.
교회의 공동 사목지표가 전교였던 만큼 당시 서울을 비롯 전국의 여러 교구나 본당, 단체에서는 기억에 남는 전교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리플렛 전교’라는 말도 그때 생겨났다. ‘천주교회를 아십니까?’ ‘생명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를 적은 여러 가지 형태의 전교용 리플렛은 상당히 확산되는 듯 했으나 몇 년을 가지 못했다.
이번 교황의 새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은 선교정책 부재중인 한국 교회로서는 뼈를 깎는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살림살이 걱정에 밀려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본연의 자세를 잊는다면 그 교회는 어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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