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가장 큰 패러독스 지닌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존속을 위한 선물이지만, 동물 가운데서 인간만이 발정기에 국한됨이 없는 성행위의 능력을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은 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하느님의 특별한 계획에서이다.
인류의 기나 긴 역사에서 본다면, 극히 최근에 와서 성과 생식기관을 알게 된 인류는 그들을 분리하여 ‘성을 위한 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느님의 특별한 계획인 인간의 성적능력이 목적을 벗어나서 마구 남용될 때, 인간은 계획된 존속과 번영 대신에 멸망과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그토록 강대한 힘을 자랑했던 로마제국이 멸망한 근본원인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성도덕의 문란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민족이나 국민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서 3S정책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즉 국민이 스포츠, 스크린(영상), 섹스에 열중하게 되면 그 국민의 힘은 심신양면으로 쇠퇴하여 약화된다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를 볼 때 성폭행이나 가정파괴범 등 성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끔찍한 각종 범죄와,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성병의 의학적 대책은 심각한 상태에 있다. 우리 사회에도 에이즈의 수가 늘어감과 동시에 그로인한 사망자도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에이즈는 현대의 페스트로서, 이로 인하여 20세기말까지는 1억명의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망율이 매우 높은데다 특효약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회를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국가행정수반인 대통령은 ‘범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모든 난국과 범죄의 근본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의 우리사회가 성도덕의 타락과 문란으로 평안(eas)하지 못(dis-)하는 병(disease)에 있다.
퇴폐적인 만화나 잡지도 문제이지만, 외국여행의 경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만큼 도시 구석구석마다 여인숙, 여관, 호텔 나아가서 퇴폐영업하는 이발소와 유흥업소가 이토록 많은 나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처럼 이다지도 성의 도덕이 타락하고 성의 질시가 문란한 나라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이와 같이 우리사회외 심각한 성문제에서 성의 도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이 무엇인지를 올바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성이란 남자와 여자의 해부학적 차이나 성기 즉, 인간의 생식기관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여 생식기관의 구조나 생리를 아는 것으로 성(性)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성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여, 한때는 심지어 텔레비전에서 남녀의 생식기관의 서로 다른 것을 그림으로 방영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의 지탄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 프로그램은 다행스럽게도 곧 중단되었다.
‘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완전히 대답하려면, 인간의 생식기관의 구조나 생리에 대한 지식으로는 충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성의 문제는 생식기능의 해부학적이고 생리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의 문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방법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이른바 인간학적인 문제일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는 철학적인 인간학을 넘어서 신학적인 문제로도 당연히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성욕에는 생물학적인 근거 이상의 심리학적이며 사회적인 요인이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성은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인격적인 요소와 두 사람을 친밀하게 일치시키는 기본적인 실존양식으로 고찰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느님께서도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 주리라”(창세기 2,18)하셨고 “이리하여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여자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창세기 2,24).
하느님은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신 것이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 내셨다’(창세기 2,27). 그러므로 남자는 그 존재 전체가 남자이며, 여자는 그 전체가 여자이다. 사실 여성의 여성다움은 몸의 어느 한 구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있다. 눈·코·입의 생김새로부터 손과 발·손가락과 발가락의 생김새에 이르기까지 여성답지 않은 데가 없다. 남자의 남성다움도 마찬가지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A. 카렐은 남성 호르몬이든 여성 호르몬이든 성호르몬의 염색체를 만일 파랗게 염색을 한다면 인체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인체의 전부가 파랗게 물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을 자신의 한 부분이나 액세서리로 잘못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성행위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여, 나의 성생활이 아무리 문란할지라도 나의 인간 존재와 인간 생활은 언제나 참되며, 외롭고 온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성은 나의 존재 전체이기 때문에, 나의 성생활은 바로 나의 실제적인 생활 전체에 직접적으로 또는 적어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성생활이 문란하다면, 그런 정치인은 정치 활동을 올바로 할 수 없고, 그럼 사업가는 사업을, 교육자는 교육을, 노동자는 노동을, 학생은 공부를, 그런 가장이나 가정주부는 가정의 일을 올바로 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살인, 강도, 인신매매범, 가정파괴범 등의 민생치안 문제들이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에 있어서 심각한 이유는 위에서 말한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성도덕의 타락에 있다고도 하겠다.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김두석씨·이동균 변호사·박노열 교수·이완교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박영도 교수(부산대 철학과) 송상일씨(제민일보 편집국장) 우건석 교수(서울대 농대) 장덕필 신부(서울 수유1동 본당주임)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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