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과 회합을 마치고 단합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대포집에 갔다. 건배 제의자가 ‘그리스도’하면 모두 ‘평화’라는 응답하며 즐겁게 소주잔이 몇 순배 돌았다.
그러던 중, 전주 이씨성을 가진 형제가 느닷없이 양반타령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 한씨, 천씨, 김씨 등이 함께 앉아있는데 조선시대였다면 어림없이, 모두 나보고 굽신거렸을텐테. 좋은 세상에 태어난 덕에 함께 앉아 한잔 하는 줄 알아” 이렇게 거드름을 피우는 왕족나리 탓에 좋던 술판이 졸지에 냉랭해졌다. 그러자 질세라 모두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달나라 왔다 갔다 하는 시대에 무슨 얼어 죽을 양반이야” “뇌물 먹고 외유한 국회의원도 같은 왕족인가?” “걸프전사태로 모두들 걱정인데 잠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하고 있네” “자네같은 사람이 왕족이라니, 왕족 씨가 말랐다?”라는 등의 말이 오가니 마치 아이들이 닭싸움 하는 모습처럼 분위기가 어수선 해졌다.
그 때 형제 한명이 일어나 일장 연설을 했다. “왕족이니 양반이니 하는데 그럼 여러분들은 과연 그렇게 생활을 하는가? 의를 존중하고 매사에 중용의 덕을 실천하는가? 여러분의 말과 행동이 정말 훌륭하다면 내가 양반이다라고 외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서 그렇게 대접해 주는 거야.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겠는데 사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모두 천황족(天王族)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고백하며, 그리스도 왕을 형제로 부르니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이며 천주(天主)의 자식들이다.
그러고 보면, 양반 왕족 위에 천왕족이 되는 거다. 우리가 하느님께 해드린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가족으로 불러주시니 이 얼마나 영광되고 감사해야 할 일인가? 따라서 우리는 천왕족(天王族)에 걸맞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해야겠다” 이렇게 말하면서 갈라디아서 5장 22절을 인용하였다. “성령께서 맺어 주시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형제의 말을 통해 우리의 신분이 대단한 것이며, 또 신분이 맞는 사람을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길을 걸었다. 하나가 되어 기쁜 이 마음이 주(主)님 덕일까? 주(酒)님 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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