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 특혜사건으로 온 나라가 쑥밭이 된듯하다. 경제권과 정치권이 한데 뒤섞여 만들어낸 수서사건은 아직도 밑바닥을 헤매는 우리의 현실, 정치 경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입증해 주고 있다. 책임있는 정치, 도덕정치를 표방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를 믿고 따라주기를 요구한 제6공화국의 도덕성이 수서라는 특혜사건으로 그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그 실체는 이 정부가 아직도 지난날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한사람 어느 특정한 기업을 위해 정부의 막강한 힘을 써서는 안 된다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정치권은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지탄을 받아 마땅하고 국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우리의 국토는 지독히 작다. 작기 때문에 땅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한지도 모른다. 너도 나도 자기집 자기땅을 갖고 싶어하고 그로인한 부작용으로 투기라는 아름답지 못한 단어가 등장, 우리 사회를 좀 먹어왔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복부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부동산투기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조치로 적어도 매스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는 듯 했었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복부인이라든지 부동산 업자라든지 하는 제한된 부분에서만 발휘되었다는데 있다. 물론 대기업들의 땅 ‘사재기’에 대한 정부의 조사와 강제매각이 지난해 우리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같은 정부의 조치를 확실하게 믿는 사람은 불행하게도 많지가 않았다. 수서특혜사건은 국민들의 의혹을 기정사실로 만들어준 셈이다. 아주 흔히 쓰는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표현이 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곧잘 쓰이는 이 속담을 정부나 대기업들은 아직도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도둑질하지 말라고 타이른다면 웃겨도 한참을 웃기는 얘기가 된다. 조금 비약한 논리 같지만 정직한 정부가 정직한 국민을 소유할 자격이 있음은 진리라 할 수 있다.
신뢰와 믿음은 말이 필요없다. 행동과 실천보다 더 훌륭한 웅변은 없다. 국민으로부터 정직성을 인정받으려면 화려한 공약이나 약속대신 정직한 모습을 정부 스스로 보여 주어야만 한다. 신뢰받는 정부가 되고 싶다면 수서특혜와 같은 사건으로 다시는 국민을 우롱하거나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걸프전쟁으로 미래를 위협받고 있는 온 세계가 자국의 생존을 위해 지혜를 짜고 중지를 모으고 있는 때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식인을 포함, 모든 권력자들도 정신을 차리고 자기의 역할을 찾아 수행해야만 할 것이다. 종교의 역할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이 나라의 실종된 도덕성과 믿음을 찾아주어야 할 의무가 종교에 짐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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