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따르면 농지를 팔려고 내놓은 농민들은 많으나 매매거래는 매우 한산하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기사는 예년 같으면 도시의 돈 있는 사람들이 금융기관에 거금을 맡겨두느니 보다, 올랐다 하면 눈부실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땅덩이라도 사놓고 보자는 심리 때문에 농지매매가 그런대로 활발했으나, 최근 당국의 농지거래 제한 조치로 다소 거래가 뜸해진 것 같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우리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농지나 임야나 무차별적으로 그렇게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동산투기의 열풍’이 정부당극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에 점차 무릎을 꿇고 있다는 희망감보다도 그만큼 농토를 내놓고 자신들의 정든 고향을 떠나려는 농민들이 여전하다는 사실에 또 하나의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그 서글픔이 또한 다른 어떤 것보다 큰 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먹거리 생산을 맡고 있는 농민들이 점차 줄어듦으로 해서 ‘안전한 먹거리’는 커녕 기계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인스턴트식품에 우리의 귀중한 생명을 맡겨야 하지 않느냐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걸프전쟁으로 석유자원을 아껴보자는 범국민적 지혜가 모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정컨대 우리네 농민들이 모두 농토를 떠나고 식량을 생산하는 계층이 전무해 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솔직히 말해 대책이 없다. 석유와 같은 연료자원은 부족하면 아껴 쓰는 지혜를 모으면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다지만, 인간은 먹지 않고는 하루라도 목숨을 지탱할 수가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농민들에 대해서 또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당연지론을, 절대 간과 없는 측면을 깊이 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안동교구 사제단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농민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정립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주지하다시피 안동교구는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관할하는 지역교회로서 교구민 대부분이 농민들이고 사목자들은 농민들의 애환을 함께 나눔으로써 누구보다도 그들의 생활실태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구의 한 사목자는 분명히 매년 몇 차례에 걸친 세례성사를 통해 신영세자들을 배출하지만 전체적인 교구민의 숫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농토를 떠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동교구 사제단은 이번 서한에서 “예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땅의 농민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수고와 땀의 대가를 보상받지 못하며 살아왔다”면서 “오죽하면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불태우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스스로 끊어버리겠습니까”라고 반문, 농민들의 삶의 애환을 토로했다.
그만큼 우리의 농민들은 산업사회를 향한 개발정책의 희생물로 전락되었고 그들의 영농의 욕은 매년 늘어만 가는 빚으로 인해 초토화 된 상태라고 안동교구사제단은 강박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에 무엇보다도 인간은 자연과 등지고서는 절대로 생존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환기시켜 땅의 기능을 최대로 활용, 인간 생명의 젖줄을 제공해 주는 농업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전환과 함께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농정수립을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안동교구 사제단과 함께 정부당국에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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