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김신부님!
교포사목을 하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신부님이 이 땅을 떠날 때의 희망사항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가 아니라 우리를 슬프게하는 것이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혹시나 하는 신부님의 희망사항은 역시나 입니다. “사람들이 돈에는 맥을 못추니 돈이 하느님 다음가는 자리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즈음은 오히려 돈이 하느님보다 위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외유를 빙자해 뇌물 먹는 국회의원, 돈 생기는 일이라면 깡패하고도 함께하는 검사, 돈과 명예를 바꿔치기 한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이 앞 다투어 돈벌이 전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집에서 키우는 닭이 없어지면 그것을 찾기 위해 온 동네를 헤매나, 양심을 잃어버리고는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맹자님의 말씀이 되새겨지는 오늘입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조포’라고 한답니다.
‘조상이 포기한 사람’의 준말이라는군요. 세속에 오염된 탓인지 우리를 슬프게 하는 조포신자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회장님 우리들의 회장님이 성당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셨다가 “회장만 있고 신자는 아무도 없군”하시며 발길을 돌리실까 걱정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저보고도 ‘한회장님’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나 저 역시 조포인가 봐요. 또 눈에 마귀만 보이는 조포가 많이 늘었습니다. 같은 신자보고 몸에 마귀가 붙었다고 하더니 심지어는 본당 신부님에게까지 이런 소리를 하니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또,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잘못만을 지적하는 족집게 신자가 자꾸 늡니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조포 때문에 일치보다는 분열이, 평화보다는 다툼이 생깁니다. 이것도 컴퓨터 탓인가요?
신부님!
자꾸 넋두리만 하다 보니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하는 것 같지요. 그러나 우리교구의 빛이 될 새 사제가 무려 열일곱 분이나 탄생하셨습니다. 저는 첫 미사에 참례하여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람의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 주님 안에서 신부님 영육 간에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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