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2월달에만 50명의 새사제가 탄생했다.
서울의 가톨릭대 및 대구 가톨릭대출신 사제들이 금년 여름 대거 배출되기에 앞서 이토록 많은 사제가 연초에 탄생된 것은 한국천주교회에 대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금년 1·2월 새 사제가 탄생되기 조금 전인 지난해 11월말 수원가톨릭대학이 개교이래 처음으로 사제11명을 배출한 것은 한국천주교회사에 큰 획을 긋는 경사였다.
청빈과 순명과 정결의 복음3덕을 몸으로 체득하며 살아야할 새 사제들은 이제부터 참으로 어려운 길을 가야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바라보는 오늘날 우리는 소련과 동구의 급선회를 비롯 세계의 급변을 목격하고 있다.
학문의 발전·세분되어가는 속도는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가히 어림잡지도 못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서 한국경제와 기술도 선진적으로 성장했으나, 근본적이라 할 인간적인 면에 있어서는 반인간 비도덕적인 양상을 지나 패륜적인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재계교육계 의료계 등 사회지도층의 비리가 연일 폭로되면서 ‘돈이면 안 될 것이 없고 돈 없으면 될 것도 안 되는’ 금전만능의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열거되고 있다.
급증을 가져오면서 내일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하고 있고 인명경시풍조를 낳고 있다.
정직 근면 절약 윤리 등의 단어는 빛을 잃어가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리와 탐욕을 향해 질주하는 이들이 돼버렸다.
양심마저 무디어져 죄의식조차 느끼려들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이런 모습을 보고 “이사회는 도적사회다”라고 극언했다.
금전만능주의와 함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집단적 이기심 또한 만연하고 있는 사회다.
상대편의 입장을 수용하고 자신이 양보하기보다 오히려 이용하고 술수를 부려 상대편을 넘어뜨려 그쪽의 몫까지 가로채려는 풍조 또한 창궐하고 있다.
뿐인가. 낙태아수가 연간 2백만에 이르는 한국의 태아살해는 세계 제일의 낙태국가라는 오명을 여전히 씻지 못하고 ‘인명경시주의’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서 새사제들은 자진하여 가난함을 택하도록 불리웠으며, 가난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닮으며,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신 천상적가치인 복음의 전파를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또한 새 사제들은 자신의 뜻에서가 아니라 장상의 뜻에 따르는 순명과 평생을 독신으로 살기로 서약했다.
이 청빈 정결 순명에 의한 생활은 그 자체만 해도 어둠이 짙게 깔린 이 한국사회에 던져진 한줄기 빛이다.
지금 이 시대의 반인간·비도덕적인 행위로 인해 생긴 고통비탄·피속에서 복음3덕에 따른 새사제들의 생활 자체가 바로 존재론적인 증거인 것이다.
아무쪼록 건강에 유념하고 건투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아울러 신자들이 사제를 위해 생활가운데서 기도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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