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속담에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조카 원길(그레고리오) 신부는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일찍 불러가셨을 것이다. 고통 많은 세상에 오래 두는 것이 애처로워서 일찍 데려가신 것이다. 조신부는 미국에서 교포 사목에 종사하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비행장에 시신을 수원 교구 주교좌성당인 조원동 본당으로 운반해오던 날 밤 조원동 본당에는 많은 교우들과 신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신아 도착한 다음 신부님들은 2·3명, 4·5명씩 합동으로 미사를 드렸다. 한조가 끝나면 또 다른 신부들이 계속해서 미사를 드렸다. 나는 조카 신부가 죽어서 슬픈 감정은 잠깐 잊고서 “우리 신부는 행복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동료 신부들이 앞을 다투어서 미사를 드려주니 그 영혼이 천당에 올라가지 않고 어디를 가겠는가? 우리 신부는 벌써 천당에 올라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당에서 내려다보며 “나는 벌써 천당에 올라와 있습니다. 나를 위해서는 기구를 안 해도 됩니다. 나를 위해서 드리는 미사나 기구는 연옥에 있는 다른 영혼에 양보하겠습니다”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이튿날 장례미사는 수원교구장 김남수 주교님이 다른 신부님과 같이 미사를 집전하셨다. 그리고 제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나머지 칠팔십여 명의 신부님들은 제대 아래 좌우에 모두 장배의 (長白衣)를 입고서 미사를 같이 드렸다.
그러니까 한대의 미사지만 효능으로 볼 때 80대의 미사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나는 눈물이 나왔다. 스퍼서 눈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영광스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성직자의 죽음은 슬프다기보다는 영광스러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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