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있는 물을 빼고 싶었으나 문고리가 잡히지 않았다. 방문만 열면 그곳으로 물이 빠져서 숨을 쉴 것 같았다. 그때 천정을 쳐다보니 그곳은 천정이 아니고 허허 벌판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까만옷을 입은 두 사람이 서있었다. 나는 다시 문을 열려고 했으나 문고리가 잡히지 않았다. 나는 다시 천정을 쳐다보았다. 그곳의 두 사람은 누구인가?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저만큼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때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또다시 문을 열려고 하나 도저히 문고리가 잡히지 않는다. 나는 기진맥진하면서 세 번째로 천정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1주일 전 나에게 대세를 주신 신부님이 산뜻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웃으시면서 다가오셨다. 나는 어찌나 반가운지 신부님하고 불렀다. 그 신부님은 나에게 바짝 다가섰고 막혔던 호흡이 확 트이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아! 하느님이 나를 살려 주시는 구나” 병실 밖 복도에 자리하고 있는 간호사의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고 간호사 등 뒤의 벽시계도 확실하게 보였다. 나의 생애를 통하여 신부님을 대한 것은 대세를 주신 신부님이 처음이었으며 대세를 주시고 기도를 하여 주신 시간이 10분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는데 꿈속에서 그 신부님의 모습이 그렇게 확실하게 보이다니 천주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가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나의 왼쪽에 있는 중환자실에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급히 들어가고 가족들이 와서 오열하는 모습이 보였다. 옆방의 환자가 운명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운반침대에 시체를 싣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꿈속에서 까만 옷의 사람이 데리고 간 사람이 옆방의 환자였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아내가 면회하러 들어왔다. 아내는 말하기를 많이 기다렸지요? 하면서 옆방에 45세 된 위암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가 죽어서 면회시간이 늦어졌다고 한다. 나는 그때처럼 인간의 생사가 천주님의 뜻 안에 있다는 진리를 실감한 적이 없었다. “전능하신 천주여! 이 죄인 당신 앞에서 약속합니다. 앞으로 생애를 통하여 당신의 뜻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신앙생활을 하겠나이다. 주여! 간청하오니 이 모자라는 인간을 당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써주소서 아멘”
1988년 12월 3일
오전 8시경 3명의 수련의들이 와서 물을 반 컵 정도 주면서 마셔보라고 한다. 나는 입에다 컵을 대고 마시려고 했으나 목 속의 기능이 마비되어 마실 수가 없었다. 그들은 가느다란 고무튜브를 콧구멍을 통하여 위속에다 삽입해주고 갔다. 그날부터 그 튜브를 통하여 유동식 음식을 주입받고 살게 되었다. 그날 정오에 면회 온 아내의 말은 목 속의 기능은 약2주 있으면 회복되고 목 속의 수술상처는 4주가 되면 회복이 되니 그때 가서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1988년 12월 21일
오전 7시경 수석수행의 심광섭 선생이 와서 하는 말이 목 속의 기능검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목 속의 기능이 수술이후 3주까지 회복되지 못하면 그 기능의 회복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음식물을 입으로 먹지 못하는 것은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사래가 들기 때문에 기도폐쇄 수술을 하여 입으로 음식물을 먹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흡은 목 밑에 뚫어놓은 호흡구로 하여야 하며 여생은 말을 못하고 벙어리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도폐쇄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기도에서 종양을 제거하면 성대가 많이 상해 말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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