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오의 배는 고래다. 춘부장께서 촌에서 술도가를 했었는지 술 마시기를 숭늉마시듯 한다. 자가용도 십부제 덕에 한 번씩 쉴 때가 있는데 연중무휴다. 주량을 자신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직껏 술 마시고 KO된 적이 없었으니까.
율리오의 입은 아궁이요 코는 굴뚝이다. 전매공사에 친척이 다니는지 콧구멍엔 담배 연기가 끊일 때가 없다. 담배에 관한한 공초 오상순 선생이나 율부린너와 동격이다.
이런 율리오가 약 2년전에 술·담배를 딱 소리나게 끊어 버렸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아마 몹쓸 병에 결렸나 본다고 걱정을 했다. 나는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 걱정도 되어 그를 찾아갔다. “병색은 아닌데 왜 끊어 버렸소?”라는 나의 질문에 완강히 이유를 대지 않던 율리오가 마지못해 털어놓았다. “한마음한몸운동의 일환으로 나의 모든 장기를 기증했네. 기증을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술·담배로 더렵혀져 폐품처럼 된 장기를 남에게 준다는 것은 오히려 주지 않음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보다 나은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절세생활을 하기로 했다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지독한 결단력과 깊은 신심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사실 나도 사순절이 오면 무엇인가 보통 때의 생활과 달리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커피도 안마시고 담배도 끊고 술도 멀리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사십일이 지나고 보면 제대로 실천한 것이 없어 부활의 기쁨을 완전하게 누려보지 못했다. 이런 나에게 하느님께서 찾아 오셨다. 연중무휴로 마셔도 잘 돌아가던 나의 위장에 갑자기 염증이 생겨 죽을 고생을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나의 삼우(三友)인 커피, 술, 담배의 출입금지령이 내렸다. 주님께서 보시기에 나약한 나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율리오처럼 딱 소리나게 해결하지 못함을 아시고 고통이라는 고단위처방을 쓰셨나 보다. 이번 부활 때까지 이 고통의 덕분으로 회개와 절제의 삶이 지속되어 부활 전야 예식 때 ‘오, 복된 죄여!’와 함께 ‘오, 복된 고통이여!’라고 환희의 부활을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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