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은 인간은 무엇을 판단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근본적으로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보증한다.
보통 자연의 세계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대원칙 아래 생존의 질서가 유지되어 진다.
그러나 자연속의 동일한 피조물로서 이 같은 생존의 질서에서 다소 예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인간은 ‘약육강식’이 아니라 ‘공존공생’에서 생존의 질서를 찾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태초의 창조주도 온갖 삼라만상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다스려 활용할 수 있는 권한과 권능을 인간에게 부여하셨다. ‘공존공생’에서 생존의 질서를 찾으려는 이 같은 측면은 또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면서, 그 품위와 존엄성을 보증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근년에 들어 교회 내에서 이 같은 ‘공존공생’의 가치관이 점차 확산·심화되어 가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른바 ‘생명공동체’ 운동으로 명명되어진 이 움직임은 한마디로 도처에서 도사리고 있는 죽임과 죽음의 암울한 그늘을 모두의 힘을 모아 깨끗하게 벗겨 버리고 다 같이 어우러져 살자는 생존의 대개혁운동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오늘날 이미 여러 곳에서 지적되어 오다시피 지구의 환경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굳이 구체적인 실례를 들지 않더라도 무분별한 기술·자원의 개발은 자연본래의 생존질서, 생태계를 무기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여러 방면에서 공해의 공포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이 같은 사신에 대해 교요한 바오로 2세도 금년 1월 1일 세계평화의 날 담화문을 통해 “작금의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 중의 중요한 한 요인은 자연에 대한 마땅한 존중의 결여, 자연 자원의 파괴와 소모 등에 있다”고 지적하고 “생명존중의 결여가 가장 근본적이고 심각한 우려이며 생명의 보존이야말로 경제·산업 및 과학발전을 위한 궁극적인 지도규범이 되어야 한다”고 천명한바 있다.
생명공동체 운동이 교회내외에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톨릭 농민회는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대전시 농민회관에서 제21차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생명 중심의 가치관, 세계관의 확립을 위해 온힘을 다해 투신할 것을 재차 결의했다.
우리는 물질과 관리 우선의 자기중심적 생황태도를 타파하고 공동체적 삶의 풍토 조성과 공존공생의 삶의 지혜를 구축하려는 농민회 결의에 마음 깊은 박수를 보내면서 이 같은 물결이 인간 삶의 곳곳에 스며들며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더군다나 생명공동체 운동은 또 다른 신앙적인 측면에서 ‘창조질서 보존’ 운동의 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창조주에 몸과 마음을 귀의하는 모든 크리스천들도 정성을 바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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