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도 넘는 옛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나온 프랑스 선교 신부가 벽촌에서 저녁식사 대접을 융숭하게 받고 변소를 찾아 나섰다. 그 신부는 뒤뜰로 갔다. 거기에는 장독대가 있었고 모양과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항아리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랬더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그것이 된장 냄새인줄 알리가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식구마다 변기가 다르구나 각자 체형에 알맞게 따로따로 쓸 만큼 정결한 민족이구나 생각하고, 그는 그중에 자기에게 맞는 그릇을 골라 일을 마쳤다’(이하생략)
이 글은 김창석 신부님이 쓰신 「신부님의 연인들」 장독대의 일부분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제목에 마음이 끌려 읽기 시작했다. 신부님의 연인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서였다. 그러나 나의 호기심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지만 앞서 인용한 바와 같이 어찌나 재미가 있는지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이내 김창석 신부님과 친해졌다. 나는 그 분을 뵌 적도, 그 분에 관한 이야기를 주워들은 적도 없다. 하지만 한권의 책을 통해 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분의 성품은 솔직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소외받는 자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소유에 초연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는 따뜻한 분이라 생각된다. 나는 한권의 책을 통해 아주 평범한 진리를 깨우쳤다. 사람은 꼭 만나서 대화하고 접촉을 해야만 친해지는 것이 아니고 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성경을 매일 읽고 묵상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성경 속에서 만나는 많은 인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 본적이 없다. 이런 내가 어찌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인들 할 수 있었겠는가? 앞으로는 성경을 통해 예수 마음을 이해하고 예수님과 친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가나안 혼인잔치 때 술이 떨어져 주인이 당황할 때 걱정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라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시며 눈물 흘리시는 고운 마음을, 십자가상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지극한 효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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