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만은 가난한 이들 곁에 머물러야 합니다. 물질적 결핍보다 사랑의 결핍이 우리 주위의 불우이웃들을 더욱 힘들게 하지요”
성당 뒤편에 움막을 지어 무의탁자들을 보호하고 계신 최신부님을 신문지상을 통해 뵈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한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느 어촌의 깨끗지 못한 주위와 비린내에 인상을 찌푸리고 유난스레 그 냄새를 피하려 했던 그날, 나는 썩어가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국수가락을 찾아 잡숫고 계시던 어느 노인을 보았다. 게걸스런 몸짓과는 달리 국수조각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하느님 대성전의 그 좁고 낮은 정문을 들어가기에 나는 겸손히 낮아질 수 있는가?
“그토록 비참한 노후를 맞는 것도 결국 자신의 책임이고 팔자니 내 알바 아니다”면서 외면해 버려도 좋은 것일까? 사랑과 봉사와 희생을 부르짖는 이 세상에 그 한 몸 받아줄 곳 또한 없단 말인가? 복지시설·병원 등에서도 외면당하는 그들, “얻어먹는데도 ‘증’이 필요한 시대”라 말씀하시는 최신부님의 씁쓸함이 그대로 지금 내게 전해지는 듯하다.
감사드린다. 그런 어촌에 살지 않게 하심이 아닌, 쓰레기더미를 파헤치지 않게 하심이 아닌, 나의 생활이외의 공간과 소외를 체험케 해주신 그날의 체험에 대해 감사드린다. 오늘은 가족·이웃의 냉대로 버려진 이들의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아감이 기쁘시다는 최신부님께 감사드린다.
뜻밖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하느님을 발견하신 최신부님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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