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가 쏟아지는대로 녹아 겨울나무가지에 송알송알 영롱한 이슬방울이 마치도 진주알이 열린듯 주렁주렁 매달려 온 세상이 천국입니다.
잔가지에 매달린 건 더욱 애처롭고 아름다워 나는 너무도 벅찬 마음에 이 절경을 한눈에 보기위하여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달려 나와 정처 없이 걷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와 똑 같은 느낌이었겠지요.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소리쳤습니다. “이 많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좀 보세요. 이게 모두 진주알같지요. 어때요. 참! 아름답지 않아요?” 그 사람은 뜻밖에도 담담히 나를 한번 훑어 볼뿐 아무 반응도 없이 가버린다. 아! 내가 좀 지나쳤나? 나는 멋쩍은 실의에 빠져버렸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눈은 여전히 쏟아져 이제는 온 세계가 눈으로 덮이고 나뭇가지에는 온통 눈꽃이 만발합니다.
나는 못 견디어 다시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모든 걸 다 사랑하고 싶어졌습니다.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쌓인 눈꽃이 저리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울 수가….
“아! 이 보세요 이 눈송이 좀 보세요. 이 아름다운 눈꽃을! 그들은 생명이라는 걸 통 모르나 봐요. 그냥 그대로 소록소록 쌓였어요. 아니 쌓이고 싶은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답이 없어요.
다만 힐끔 힐끔 보고 지나칠 뿐입니다.
“아 내가 눈 내리는걸 보고 감탄하기엔 너무 철이 지났나보다” 아니 내 몰골이 어찌 보였을까? 그러나 그런 건 아랑곳 할 바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아름다움 속에서 누구와 나누고 싶고 파묻히고 싶어서입니다.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저 나뭇가지에 매달린 이슬방울처럼 지구에 매달려 있는 것이겠지요.
진실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일까요. 생존 경쟁의 아우성과 수치스러운 모습들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권태롭지나 않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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