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마른 잎을 비집고 새싹이 돋고 부드러운 바람결에 꽃망울이 맺는 달이다. 또한 3월은 새도 나무도 짐승도 벌레조차도 나팔을 불며 희망찬 새 행진을 하는 달이다. 3월을 영어로는 마치(March)라고 하는데, 이 말은 행진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에겐 새해가 시작되는 달이다. 새 학년이 이 달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한해의 계획은 봄에 세운다고 했다. 첫출발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새 학년을 맞으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나이를 한살 더 먹고, 학년이 하나 오르는 올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 물론 이런 문제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막연한 것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곡을 찌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몇 가지를 당부하여 새 학년을 맞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선물로 삼고자한다.
먼저 ‘다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생다운 사람, 천주교신자다운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신라시대의 고승 충담사는 왕으로부터 훌륭한 교훈이 될 만한 사뇌가를 한 수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충담사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백성은 백성답다면 백성은 편안하고 나라는 태평할 것이라고 읊었다. 이것이 바로 ‘안민가’라는 향가이다. 요즈음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뇌물 외유나 수서택지 사건 등도 모두 국회의원이 국회의원답지 못하고 정치가가 정치가답지 못하고 공무원이 공무원답지 못한데서 비롯된 사건들이다.
학생이 학생답다고 하는 것은 바르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바르고 아름답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바르고 아름다운 마음, 바르고 아름다운 행동은 어떤 것일까?
물론 몸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예의 바르고, 이웃을 돕고 이해하는 것들도 포함하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좀 다른 문제다. 앞에서 얘기한 뇌물 외유, 수서사건 등으로 볼 때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지 못했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정의와 불의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부정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나쁜 것을 보면 눈을 씻고, 옳지 못한 얘기를 들으면 귀를 씻고, 심지어는 부정한 돈은 세탁을 해서 쓰기조차 했다. 조상들의 그런 정의감, 도덕성 윤리관을 계승하지 못하고 탐욕과 적당주의에 빠져 들었기 때문이다. 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국민의 정신에 달려있는 법이다. 국문이 이기심과 부도덕과 탐욕에 젖어 있으면 나라가 잘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옛날 초나라의 삼려대부였던 굴원(屈原)은 부패한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고자 개혁을 시도하다가 반대파에 의해서 추방을 당했다. 어부사(漁父辭)라는 글을 짓고 드디어 강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비록 강물의 물고기 뱃속에다 나를 장사지낼망정 어찌 나의 이 깨끗하고 흰 몸에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는가?”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水至淸則無魚)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옳고 바르게 살겠다고 하는 굴원의 정신은 본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새 학년의 출발점에서 옳고 바르고 아름답게 살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것이 학생다운일, 천주교 신자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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