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되는 모양이다. 3월 26일로 공고된 ‘기초단위 지방의회 선거’를 하나의 신호로 우리의 지방시대가 개막된다는 얘기다. 13일로 마감된 후보자 등록상황을 보면 지방자치를 외쳐온 그동안의 열기와는 사뭇 동떨어진 느낌이 들 정도이다. 예상보다 크게 밀도는 후보자 경쟁률도 그렇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태도 속에서도 선거의 열기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지켜본 선거풍토에 견주어 본다면 당장은 긍정적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공정선거를 표방하는 정부의 강력한 지도방침에 따른 결과일수도 있다. 이미 상당수의 후보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법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진단은 어디가지나 단편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조짐도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공명선거라는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치적 공세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당들의 움직임이 그렇다. 선거운동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정당들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 불법선거 운동에 집념하고 있는 추태는 지방자치제도의 도입 자체를 부정적인 눈으로 보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말 그대로 각 지방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발전을 꾀한다는 제도이다. 이는 국토의 고른 발전과 평준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함께 참여하며 그 이익을 고루 나누도록 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선택이 구시대의 행태 속에서 본말이 전도된 결과를 초래한다면 엄청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선택은 국민에게 있다. 똑똑한 국민만이 밝은 미래를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다. 밀밭에서 가라지를 골라내듯 금전에 의존하는 후보, 정당의 힘을 내세우는 후보, 명예욕에 집착하는 후보를 가려내는 진실한 눈을 보든 국민이 가질 수만 있다면 공명선거는 ‘따논 당상’이나 다름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중앙집권 정치에 길들여진 우리국민의 체질이 하루아침에 변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번선거의 준비과정이나 선거운동 등에서 나타난 혼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결코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진부한 당부가 될지 모르지만 정부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땅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종교인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은 공명한 선거를 위한 선의의 감시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 시대를 여는 확실한 지름길이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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