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지내며 ‘나는 크리스천의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하여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우연히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개인 피정을 갈 기회가 생겼다. 한번 쯤 이 사순절 기간에 조용히 주님을 생각하며, 주님과 함께 깊이 쉬고 싶었다.
그 곳에 도착하니 보이는 모든 것이 나의 기도가 되었다. 수사님들의 걷는 모습에서, 앙상한 겨울나무에서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에서, 그 곳의 공기를 들어 마시는 순간순간…. 주님과 함께 호흡하며, 저절로 기도가 되는 것 같다.
이것이 천상 잔치의 초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수사님들과 함께하는 기도에서,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 나의 육체, 육적인 모든 감각이 정지해 버림을 느끼며 주님의 무한한 영광과 포근한 사랑을 느꼈다.
삶 자체가 사랑이며, 사랑을 위해 죽으신 주 예수를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을 시작했다. “제2처 예수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하며 제2처를 보았다. 2번 3번…순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닌, 끌어안으신 모습이 내 마음에 와 박혔다.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내가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만 생각했지 십자가를 끌어안고 사는 삶은 몰랐다. 사랑을 살며 그리스도를 살겠다고 외친 ‘나’,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순간 수간의 모든 삶, 고통을 회피, 변명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모든 순간, 삶을 끓어 안으며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하는 본당에서의 모든 활동이 사람들의 호감을 사려고 하는 삶은 아닌지?
주여 용서하소서!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는 것처럼 살며, 복음적으로 깨어 사는 삶이 되게 하소서. 내안에 그리스도가 다시 형성 될 때까지 고통을 끌어안게 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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