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하나를 소개한다.
21세기쯤 가면 인체의 모든 장기를 냉장고 같은 특수저장고에 넣고 대중에게 팔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를 때처럼 신선하고 모양 좋고 맛(?) 좋은 위장이네 심장이네 콩팥이네를 규정가격에 사서, 낡고 찌든 자기 것과 바꿔 끼울 날이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지나면 뇌까지도 사고파는 때가 올 거라는데 이 뇌가 상품화될 때는 좀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거라는 예상이다.
누구의 뇌였으냐, 바로 이것이 뇌의 가격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이름이 들먹거려진다면 그건 인격모독이 될 것이고 그래서 그 뇌의 주인이었던 자의 직업별로 가격이 정해진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의 뇌가 가장 비쌀까? 이 부분이 바로 이 얘기의 핵심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교수? 의사? 변호사? 교황? 아니다. 모두 틀렸다. 아마 상상할 수 없었겠지만 뜻밖에도 그 정답은 정치인이란다. 납득이 안 간다고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정답 풀이를 한번 들어보라.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테니.
정치인의 뇌가 가장 비싼 이유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신품이라서라고 한다. 이것은 최고 엘리트가 정치의 길을 택하는 프랑스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들었다.
모두 지겹다고 고개를 젓겠지만 얼마 전 ‘수서’사건을 떠올리며 한마디 하고자 한다. ‘수서’사건이 터지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한보’가 어쨌느니 저쨌느니 하는 것 보다는 어떤 나리가 그걸 먹었느냐에 쏠렸다. 뭉그적거리고 있다가 최종적으로 5명의 의원이 몇 억부터 몇 천만원까지의 뇌물을 한결같이 모르고 잡수었다고 발표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또 머리를 굴린다. 아마 발표된 것보다 10배쯤은 더 먹었을 거라고.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현실감조차 없는 단위지만 아마 그게 맞는 소리같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는 26일 지방자치제 의원을 뽑는다. 이제는 투표권을 처음 얻어 가슴 두근거리며 ‘국민된 도리’를 행사하던 나이도 지났고 몇 번의 배반도 경험한 터라 확신도 없다. 사람들은 모두가 ‘그놈이 그놈’이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니 주민등록증 챙기고 줄을 서고 기다리고 하는 번거로운 일이 반가울리 없다.
그러나 한 가닥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발 이번만큼은 머리 쓰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맡게 되었으면 하는 크지 않은 바람이 그것이다. 우리네 서민들에겐 그러지 않아도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가, 교육, 가정문제…거기에다가 정치를 맡겨놓은 국회의원들의 도덕성 여부까지 머리를 써야 하다니 될 말인가.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21세기, 인체의 장기를 내다파는 시대가 올 때 우리 한국 사람들의 뇌는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느라 닳고 닳아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덤핑판매 될 게 분명하지 싶다. 물론 한국 정치인들의 뇌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뇌가 될 것이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이런 씁쓸한 생각에 시달리는 내 뇌, 싸구려라는 딱지가 붙은 걸 본 듯이 등골이 오싹해 진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