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실을 글로 써서 아침 회진시 주치의이신 박정수 선생에게 알리고 수술연기를 부탁하였다. 박선생도 뜻밖의 사태에 의아해 했다. 박선생의 지시로 수행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을 반컵 정도 마셔보니 물이 삼켜지면서 일부는 기도로 흘러서 사래가 든다. 박선생은 수술은 일단 연기하겠다고 말하고 물 마시는 연습을 계속해서 하라고 했다. 나는 그날부터 수저로 물을 떠서 먹는 연습을 하였다.
1989년 1월 5일
새벽 5시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기도를 끝내고 있으니 아내가 컵에 물을 주면서 마시라고 한다. 조심스럽게 마시니 사래는 들지 않고 마셔진다. 기분도 상쾌하다. 신체적으로 특별히 괴로운 곳은 없다. 오후에 아내는 목욕도 하고 시장을 보고 오겠다며 외출을 하였다. 아내 없는 사이에 끓어오르는 가래(담)는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2번이나 뽑아냈다. 아내는 3시간만에 돌아오면서 커피우유를 사와서 마셔보라고 한다. 나는 천천히 다 마셨는데 사래는 들지 않는다. 그런데 한참 후에 기침이 나와서 뱉고 보니 그 가래 색깔이 커피우유 색깔이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마신 커피우유가 기도에 흘러들어갔다는 결과가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오! 주여! 목 속의 회복이 아직도 멀었다는 증거가 아니옵니까?’ 나의 기도 하는 정성이 부족한 모양이다. 나의 회개하는 정성이 부족한 모양이다. 믿음의 토대가 반석과 같이 튼튼하여야 기적의 은총이, 완성된다고 들었는데 나의 마음속에 악마가 침범하여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아 답답한 증세가 가끔 발생하는 것부터가 신앙심이 부족해서 그러한 것이다. 나는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악마부터 추방하여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회개와 기도를 바쳐야 하겠다.
1988년 1월 10일
오후 6시경. 아내와 손짓으로 의사표시를 하던 중 우연히 발성이 되었다. 확실치는 않으나 발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것도 기적적인 사건이다. 작년 11월 16일 1차수술 이후 한마디의 말도 할수가 없었는데 말이 되는 것이다. 54일 만에 해보는 말이다. 여생을 말을 못하고 벙어리로 살 것을 각오한 내가 말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아내는 첫마디가 “하느님 감사합니다. 여보! 하느님께서 또다시 기적을 베풀어 주셨어요”
우리 부부는 감사의 기도를 눈물을 흘리면서 바쳤다. 기도가 끝난 후 아내는 자식들의 집과 동생들의 집에 각각 전화를 걸어서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서로가 기뻐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내 자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후부터는 하루에도 몇차례 가슴에서 부터 치밀어오는 뜨겁고 답답한 기운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1989년 1월 16일
오전 8시경 회진 때 박정수 선생은 사과 한쪽을 먹어보라고 했다. 내가 그것을 천천히 다 먹으니 점심부터 죽을 배식하라고 수행의사에게 지시했다. 점심시간에 죽이 배식 되었다. 나는 수술 후 49일만에 처음으로 입으로 음식물을 먹었다. 조심스럽게 조금씩 수저로 떠서 먹어본다. 사래는 들지 않고 목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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