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출근을 하는데 배속에서 전쟁 소리가 났다. 미처 집에서 볼 일을 못보고 나왔기에 병원 앞에서 차를 아내에게 인계하고 황급히 화장고치는 곳으로 들어가 기분 좋게 밀어내기 한판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 교통사고가 났어요”라고 밖에서 간호원이 나를 불러내는 소리가 났다.
엉겁결에 일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 채 뛰어내려 가보니 가벼운 접촉 사고인데 카타리나는 사색이 되어있고 상대차 기사는 기죽은 듯 차 밖으로 나와 가만히 사고난 부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전후 사정도 모른채 냅다 큰 소리를 쳤다. 구경꾼들도 대부분 지면이 있는지라 내편을 들어 주었다. 힘이 난 나는 험악한 인상까지 써가며 맞고함을 지르고 뒤돌아 올라오는데 우리차 뒤편에 붙여놓은 스티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 탓이오’라고. 나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결과 우리 차의 일방 과실로 판명이 나고 말았다. 나는 쓰리고 불렀다가 바가지 쓴 기분이 되었다.
상대차 기사 “자식, 차 뒤에 ‘내 탓이오’ 붙이고 다니면서 남에게 뒤집어씌우기는” 스티커 “봐라 내가 머라 카데. 니 큰 소리 칠 때 알아봤다. 꼴좋다. 내 얼굴에 먹칠만 하고” 하느님 “루카 너만 욕먹지, 왜 나까지 욕먹게 해” 양심 “앞으로는 더욱 작아지도록 노력해”. 나는 완전히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가슴속에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수없이 ‘메아 꿀빠 메아 꿀빠 메아 막시아 꿀빠’를 입으로 외웠지만 그 수 보다 더 많이 남의 탓을 했을 것이다. 정말 그랬다. 지금껏 내 탓으로 저지른 잘못이 엄청나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을 탓해 왔다. 삶에 피곤을 느낄 땐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모셔와서 원망했으며 세상 돌아가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욕하면서도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비추어 보길 주저 했었다. 카타리나가 흘린 많은 눈물 속에 내 탓이 얼마나 많았을꼬. “주여! 부족한 이 몸 남의 눈의 티를 보지 말고 내 눈의 대들보를 볼 수 있게 나를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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