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어 우리는 3월 24일 예수수난성지주일을 맞고 있다.
이번 주 성주간동안 우리는 예수의 고통이 극도에 달해 피땀을 흘리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까지의 과정을 전례를 통해 묵상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극도로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순절하신 예수를 다시 살리심으로써 당신 사랑을 극명하게 표현하셨다.
예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형극의 십자가상의 예수는 더 이상 치욕과 저주의 몰골이 아니라 진리와 생명이며 바로 우리의 길이 된 것이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실로 허무 그 자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부활을 기뻐함은 우리도 부활에 참여,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명확한 희망때문일 것이다.
성주간의 전례는 이 부활의 길에 대한 가르침을 극명하게 제시해 준다.
예수에게서 십자가위에서의 참담한 죽음이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에게서 심판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우리는 최후심판을 거쳐 부활에의 참여 혹은 영원한 저주의 길로 가게 된다.
이 갈림길에 서게 하는 심판의 척도는 무엇인가.
성금요일 십자가상의 죽음을 겪은 예수의 심판 척도는 세상이 행하고 있는 통례적인 것과는 다르다. 특권이나 명성, 영향력이나 재산, 그리고 소수의 사람끼리 의기투합하는 것이나 명예 등등의 모든 것은 무가치하다.
지신의 삶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랑의 규범이 곧 저울대인 것이다.
이 사랑의 규범은 교회생활을 통해 이론적으로 또 실천적으로 정립된다.
하느님을 몸과 마음과 힘을 다해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핵심가르침이고 또 하느님사랑도 결국은 이웃사랑을 통해서만 완전하다는 것을 사도 요한이 강조한 바이며 무엇보다 예수께서 최후심판의 기준으로 마태오복음 25장을 통해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 한 사람에게 베푼 자선이 바로 예수 자신에 대한 행위’임을 명시해 주셨다.
향락과 안일·편의주의로 흘러가는 세태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나눠주는 행위는 한편으로만 보면 어리석은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구원의 길에 들어서는 행위요, 부활에 참여하는 진리의 대도(大道)이다.
그리스도교적 생활이 정착한 서구의 국가들은 사순절을 특별한 이웃사랑의 시기로 삼아 세계의 가난한 이와 불쌍한 이를 위한 자선행위에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구미의 신자들이 사순절동안 근검·절약해서 모아준 돈으로, 특히 6.25직후 수많은 굶주린 이들이 배를 채우고 헐벗은 이들이 추위를 피하게 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사순절을 보내면서 우리는 본당차원이든 단체중심이든 가족단위의 계획이든간에 자신들의 몫을 떼어 우리 주위의 복지시설·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들을 찾아 그들의 마음과 몸을 포근하게 함으로써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눌 준비를 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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