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5월로 주교서품 25주년을 맞이한다. 추기경의 주교품 25주년은 순위상으로는 이미 몇 번째가 된다. 김추기경 보다 먼저 주교로 서품된 선배주교들이 있다는 점에서 추기경의 주교서품 25주년은 자칫 의미부여가 소홀해 질수도 있다. 이같은 조짐은 3월 28일로 계획된 행사의 성격에서 나타나고 있다. 별도의 행사를 원하지 않았던 추기경의 뜻이 받아들여져 김추기경의 주교서품 25주년 행사는 조용하고 소박하게 치러질것같다.
성목요일, 교구사제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을 이용하기로한 이날 행사는 사제서품 60주년을 맞는 임충신 신부의 회경축, 그리고 50주년을 맞는 박고안 신부, 박고빈 신부의 금경축 축하행사와 더불어 치러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수도교구인 서울대교구의 주교, 특히 한국의 첫 번째 추기경이라는 위치에서 본다면 섭섭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결혼 25주년을 맞으면 은혼식으로, 50주년은 금혼식으로 자손들은 성대한 축하식을 마련한다. 인간사 자체가 불완전하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험악한 삶의 현실에서 볼때 결혼25주년, 50주년은 축하해 마땅한 축복의 날임이 틀림없다. 남남끼리 만나 가정을 이루어 오랜 기간동안 해로를 한다는 사실은 오늘처럼 가정이 쉽게 붕괴되고 있는 상황하에선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역시 같은 이치에서 본다면 사제들의 은경축, 금경축은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특별한 날이 아닐수 없다. 때문에 우리교회는 그날을 맞는 사제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그들의 영육간의 건강을 진정으로 바라고 기도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계속적인 복음화가 필요한 선교대상 지역이다. 신자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그에따라 사제의 증가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복음화가 계속 필요한 지역에서 사제의 역할은 클수 밖에 없다. 전체 인구수에 비추어본 신자수가 이제 6퍼센트정도인 우리나라에서는 복음화에 있어 사제가 맡아야할 몫은 그만큼 중요하다. 현실적인 필요 차원을 떠나 그 들은 하느님을 섬기도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봉헌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보다 더 공식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들은 그리스도의 제자, 대리자들이다.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들에 비해 종교적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제들의 은경축은 10여년전까지 교회의 큰 행사중의 행사였다. 은경축이란것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소속본당 신자들은 물론 교회전체가 최대의 정성으로 함께 축하하기를 즐겨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은경축이 흔해지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몇명씩 사제들의 은경축을 맞게되었고 아예 은경축행사를 건너뛰는 사제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역사가 그만큼 길어졌다는 징표이기도하고 사제들의 숫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현실적 의미의 결실이기도 할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제들의 은경축, 금경축은 행사의 유·무를 떠나 기억되어져야 하고 축복을 받아 마땅한 날이다. 송두리째 봉헌된 삶 자체만으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성립된다고나 할까. 김추기경의 주교서품 25주년도 그런연유에서 한국교회가 함께 기억해야할 중요한 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주교서품 1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올해 기념일을 맞는 모든 성직자 분들에게도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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